지난달 26일 새벽 1시52분 부산 사상구 주례동 한 횡단보도. 체육트레이너인 A(36) 씨는 일을 마친 뒤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길에서 반짝이는 불빛이 눈에 띄었다. 경찰이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해놓은 라바콘이었다. 야간에는 보행자들이 식별하기 쉽게 라바콘 안에 LED 경광봉을 넣어둔다. 며칠 전부터 A 씨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바로 그 불빛이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시각, A 씨는 라바콘에 다가가 불빛의 정체를 확인했다. 빨간 빛이 반짝이는 경광봉을 갖고 싶었다. 고민할 겨를도 없이 A 씨는 경광봉을 빼 자신의 차에 싣고 달아났다. 6개 모두 가져가면 절도한 티가 날 것을 우려해 4개만 가져가는 ‘센스’까지 발휘했다.
과한 호기심은 결국 독이 됐다. 경찰은 평소처럼 반짝이지 않는 라바콘을 보고 경광봉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즉시 인근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해보니 A 씨가 여유롭게 경광봉을 훔쳐 사라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8일 A 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 씨는 경찰조사에서 “생소하고 잘 갖기 힘든 물건이라 호기심에 훔쳐 차에 싣고 다녔다”고 진술했다. 이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