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도 388명 머물며 숙식
- 일부는 가슴통증 환청 호소
- 아이들 지진공포 더 심해
- 전문가 “1년간 상담지원 필요”
13일 오전 9시 한 달 만에 다시 찾은 경북 포항 흥해 체육관은 정치인과 취재진이 북적였던 과거와는 달리 적막한 모습이었다. 한때 1300여 명의 이재민을 수용했던 흥해 체육관에는 이제 388명만이 남았다. ‘기우뚱’ 아파트로 알려진 대성아파트와 한미장관아파트 주민이 대부분이었다. 이재민 대부분은 크든 작든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이재민은 “옷가지를 챙기러 가끔 집에 간다. 그렇게 돌아가고 싶었던 집이었는데, 무서워서 들어가지 못하겠다”고 호소했다.
| |  |
| 13일 경북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다가왔지만 임시대피소인 흥해실내체육관에는 지진 피해 주민들의 천막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김종진 기자 |
이곳에서 만난 박옥순(82) 할머니는 “가끔 갈아입을 옷을 가지러 집에 가면 방바닥에 천장에서 떨어진 시멘트 가루가 쌓여 있다. 그것을 본 후 집에 들어가는 것이 더욱 무섭다”고 토로했다. 김모(57) 씨도 “집이 반파 판정을 받았다. 시는 들어가도 괜찮다고 하는데 반파도 집이 많이 부서진 것 아니냐”며 “딸이 20대 직장인인데 ‘무섭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밖에서 지내자’고 해 보호소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 |  |
| 체육관 내 마련된 포항재난심리지원단을 찾은 지역 주민들이 심리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
보건복지부 현장심리지원단 업무를 총괄하는 국립부곡병원 이영렬(정신과 전문의) 원장은 “또 지진이 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으로 가슴 통증이나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분이 많다. 심한 분 중에는 벽에서 ‘퍽 퍽’하는 소리가 들린다며 환청 증세까지 보이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들이 트라우마에 심하게 시달렸다. 딸 이영미(6) 양과 함께 보호소 생활을 하는 노희주(여·40) 씨는 “영미가 도통 집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한다. 어린이집도 가지 않으려고 떼를 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진 당시 부모와 함께 있지 않았던 아이는 지진 공포를 더 심하게 느낀다. 이 때문에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고 진단했다.
트라우마는 정기적이면서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 지진 피해 심리 지원을 하는 원불교 대구경북교구 허선관 교무는 “상담은 밥처럼 권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 의사로 찾아오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장기간 반복해서 상담해야 치료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재민 대부분은 몸의 병을 치료하듯 ‘한 번 가봤는데 효과가 없더라’고 치료를 멈춰버린다”고 안타까워했다.
지금까지 총 7000여 명을 상담한 심리지원단은 한때 하루 90여 명의 인력을 투입했으나 지금은 20여 명만 상담한다. 전문가는 경주 지진의 트라우마를 완전히 극복하는 데 1년, 일본 후쿠시마 지진은 3년이 걸린다고 봤다. 상담 인력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포항은 더디지만 점차 지진의 피해에서 회복하고 있다. 포항시가 설치한 아이돌봄방은 아이의 심리 상태를 안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돌봄방 교사 김의숙(여·56) 씨는 “지진 후에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을 보면 갈라진 건물 등 지진의 상징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면 행동을 멈추고 ‘바깥에 나가자’고 우는 아이도 있었다”며 “그러나 점차 그림 소재도 일반적인 것으로 바뀌는 등 아이들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