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 갇혀있다” 울부짖기도
- 일부 옥상 대피·외벽에 매달려
- 출입구 막혀 인명피해 커져
- 유독가스로 진압·구조 차질
- 문대통령 인명피해 최소화 지시

21일 오후 3시53분 화재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 8층 규모 스포츠센터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일부는 옥상으로 대피하거나 외벽에 매달려 있다가 소방당국에 구조되기도 했으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미쳐 피하지 못해 참변을 당했다.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8층짜리 스포츠시설 건물에서 불이 나 119소방대가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건물에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오자 한 남성은 “아내가 2층 사우나에 갇혀 있다”며 소방대원들에게 “어서 구해달라”고 울부짖었다. 또 다른 여성은 주변 사람을 붙잡고 흐느끼며 “살려주세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인근 주민은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쪽을 가리치며 “저기부터 먼저 꺼야 되는데”며 발만 동동 굴렀다.

1층 주차장 쪽에서 시작된 불은 계단 통로 등을 따라 삽시간에 8층까지 번졌다. 이 건물은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른 외장재인 드라이비트로 꾸며진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에 취약한 구조로 인해 불길 빠른 속도로 번진 것으로 보인다.

불길이 1층 천장으로 옮겨붙으면서 하나밖에 없는 출입구가 완전히 막히면서 건물 내부에 갇힌 사람들이 탈출할 수 있는 길목이 원천 봉쇄된 것도 화재 규모에 비해 인명 피해가 컸던 원인으로 보인다. 이 건물에는 목욕탕 스포츠센터 레스토랑 등 다중이용시설이 집중돼 낮에도 많은 사람이 이용했다. 이들 시설 인테리어가 대부분 유독 가스를 배출하는 재료들로 돼 있어 불이 붙는 순간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연기와 유독가스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불로 오후 6시께 건물 2층 여자 목욕탕에 갇혔던 여성 김모(50)씨 등 16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추가 수색에서 2층 목욕탕 4명, 6∼7층 헬스장 8명 등 13명의 시신이 더 확인됐다.

특히 건물 주변에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소방차 초기 진입이 늦어진 탓에 초동 진화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스포츠센터 주변에 주차된 차량이 많아 소방차가 진입하는 데 필요한 7~8ｍ 도로폭이 확보되지 않아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굴절 소방 차량이 고장나 고층에 대피한 주민의 대피도 늦어졌다. 또 다른 소방당국 관계자는 “날씨가 너무 추워 밸브가 터지면서 한동안 굴절차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중심으로 신속한 화재진압과 구조를 통해 인명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피해는 2008년 1월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로 40명이 사망한 사건 후 가장 큰 피해를 낸 화재로 기록됐다.

김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