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로티 구조물에 대부분 사용
- 화재 취약하다는 치명적 단점

- 지역 필로티 주택 22만호
- 90% 드라이비트 공법 추정

22일 오후 부산 북구 한 다세대주택가. 2013년 2월 사용 승인을 받은 이곳은 외벽 마감을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했다.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발라 공사를 마감하는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해 내부에서 불이 나면 제천 화재와 같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특히 필로티 구조로 지상 8층 건물인 이곳 바로 옆과 맞은편 등 인접한 곳에 여인숙과 여관, 노래주점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대형화재 위험도 상존했다.

가연성 외장재인 발포수지를 사용한 드라이비트 공법은 1990년대 후반 빌라 붐이 일면서 도입됐다. 이전까지는 대부분 석조로 마감했으나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었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단열 효과가 좋으면서도 비용은 불연성 외장재 마감 공법의 3분의 1 수준이고, 외관은 고급스럽게 꾸밀 수 있어 현재까지도 획기적인 외장 공법으로 각광받는다. 외벽에 부착하기만 하면 작업이 마무리돼 시공도 간편하다. 특히 2013년 2월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이 제정되면서 드라이비트와 같은 발포수지 외장 공법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하지만 드라이비트 공법은 화재에 취약하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2015년 130명가량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 화재와 올해 6월 71명의 사망자를 기록한 런던 아파트 화재 등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돼기도 했다.

잇단 화재 참사로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한 건물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데도 부산시는 이 공법을 사용한 건물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부산시 주택 현황을 보면 총 140만5851호 중 필로티 주택은 22만2288호로, 시는 필로티 주택의 80~90%는 드라이비트 공법이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상가의 경우 총 6만9489동이 있는데, 이 중 992동이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 제정 이후 건축된 건물이라 드라이비트 공법이 사용됐을 것으로 본다. 현행 건축법상 6층 이상 건축물은 외벽 마감재로 불에 잘 타지 않는 자재를 써야 한다. 하지만 이 법은 2016년 4월부터 시행돼 이전에 지어졌거나 건축허가를 받은 건물, 또는 6층 이하의 건축물은 적용받지 않는다.

단열 효과를 높이면서도 내화 기능을 강화한 외장재인 글라스울(유리섬유 소재)이 화재 참사를 줄이는 대안으로 평가받지만 드라이비트 공법보다 비싸다. 부산시 김형찬 창조도시국장은 “정부 차원의 드라이비트 공법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정 이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