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산가리 6000배 독성분 함유
- 위험 경고하는 문구조차 없어
- 주민들 “제거해달라” 민원 제기

‘초등학교 앞 산책로에 맹독 나무가?’

	26일 부산 해운대구 해림초등학교 앞 부산그린레일웨이 산책로에 맹독성 식물로 알려진 협죽도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지만, 시민이 모른 채 아이와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강한 독성을 지녀 일명 ‘독 나무’로 불리는 협죽도가 부산 해운대구 한 초등학교 인근 산책로에 관상수로 조성돼 주민이 불안해한다.

26일 오전 해운대구 우동 해림초등학교 아래 그린레일웨이에 시민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산책로 옆에는 키 3, 4ｍ가량의 아름다운 자태의 나무 13그루가 조성돼 있었다.

이 나무의 이름은 협죽도. 여름에 복숭아꽃과 비슷한 꽃을 피우고, 잎은 버드나무 잎처럼 가늘고, 가지는 미끈해 관상수로 인기다. 공기정화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협죽도는 강력한 독을 갖고 있다. 올레안드린과 네리안틴 성분이 잎 가지 뿌리까지 퍼져 있고, 독성이 청산가리의 6000배라고 알려진 리신 성분도 나무 전체에 분포해 있다. 이 독 성분과 접촉하거나 마시면 설사 구토 현기증 등의 증상을 보이고, 심하면 심장마비를 유발한다. 특히 네리안틴은 몸에 닿기만 해도 피부로 흡수돼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협죽도는 화살촉에 바르는 독이나, 조선 시대 사약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됐다.

2015년 10월 아버지와 여동생을 독살하고, 어머니와 아내마저 살해하려다 경찰에 붙잡힌 심모(24) 씨와 2012년 보험금을 노리고 지인을 독살하려고 했던 20대 무속인 모두가 협죽도의 독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성대 문성기(생물학과) 교수는 “잎과 가지 등을 꺾었을 때 나오는 수액을 섭취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 실수가 아니라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사람의 손이 닿는 곳에 있는 협죽도는 제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민은 협죽도를 베어달라고 구에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을 제기한 A 씨는 “협죽도는 나무 연기를 오래 맡거나 무심코 삼키면 사람이 죽는다고 하는 무서운 나무다. 산책로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구가 빨리 제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민 최모(여·45) 씨도 “아이들이 방과 후 이곳에서 노는데 ‘주의하라’는 안내 문구 하나 없다. 큰일이 나기 전에 빨리 베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시는 2013년 부산 전체 협죽도 수가 4700여 그루였다고 밝혔다. 시는 그 독성이 알려지면서 신규 식재를 금지하고, 제거에 나섰다. 그 결과 현재 남아 있는 협죽도는 이곳 해운대구 그린레일웨이 녹지대에 13그루, 사상구 다대항 배후도로 옆 녹지대에 300여 그루가 전부라고 시는 설명했다.

구도 협죽도 벌목에 나섰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원래 사람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었는데, 지난해 말 그린레일웨이 1단계(올림픽교차로~부산기계공고, 1.6㎞) 사업으로 산책로가 생기면서 협죽도와 주민과의 거리가 가까워졌다”고 해명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