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운 김서경 부부작가가 제작
- 12~17일 소녀상 그림 전시전도

31일 오전 경남 거제시내를 순환하는 시내버스를 탄 시민들은 잠시 놀랐다. 버스 뒷좌석 한쪽에 ‘평화의 소녀상’이 평온하게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놀란 것도 잠시, 승객들은 이내 소녀상을 향해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주부 이은영(45) 씨는 “버스에 조용히 앉아 있는 소녀상을 보면서 마음이 뭉클해졌다”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됐다”고 말했다.

31일 경남 거제시내를 운행하는 삼화여객 순환버스 뒷쪽 좌석에 평화의 소녀상이 다소곳이 앉아 있다. 하준명 씨 제공

‘평화의 소녀상’이 부산 울산 경남에서는 처음으로 거제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를 누비고 있다.

소녀상 버스 나들이는 앞서 서울을 시작으로 수원 전주 속초 등지에서 진행된 바 있다. 이 소녀상은 지난 30일 오후부터 오는 17일까지 거제시가지를 순환하는 삼화여객 시내버스를 타고 시민들을 만난다.

소녀상은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처음 제작한 김성운 김서경 부부작가가 만들었다. 소녀상은 한복차림에 양손을 모으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이다. 추위를 견뎌낼 수 있도록 머리에는 분홍색 털모자를 썼고, 목에는 노란 목도리와 발에는 버선을 신었다. 버스를 탄 승객들은 목도리가 조금이라도 풀어지면 다가가 추슬러 주고 소녀상의 손을 잡으며 온기를 나눴다. 소녀상 옆에는 자원봉사자가 탑승객들에게 소녀상 버스 나들이의 취지를 설명하며 기념사진 촬영을 도와주고 있다.

김지영(여·18) 양은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 맺힌 원한이 조금이나마 위로받았으면 한다. 다시는 이런 아픔이 일어나지 않도록 평화의 염원이 널리 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녀상 버스 나들이는 거제시민 이상철 하준명 배윤기 씨 등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주고 여성 인권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는 한편 일본 사죄를 촉구한다는 뜻에서 준비했다. 이 소녀상은 앞서 이 행사를 주도했던 속초여성인권센터에서 받아왔다.

이들은 일본 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에 감동하고 이후부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아픔을 함께 나누는 사회 공헌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오는 12일 부터 17일까지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소녀상 그림 전시회도 개최한다. ‘대한민국 74곳 평화의 소녀상들이 거제로 모이다’라는 제목의 이 전시회에는 상명대(만화애니메이션학과) 4학년 김세진(29) 씨가 전국을 순회하며 직접 그린 소녀상 그림들을 전시한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