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의 희생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발생 당시 소방당국이 신고를 받아 알게 된 현장 정보를 구조 중이던 소방대원과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4일 제천 화재 참사 유족대책위원회가 공개한 화재 당시 소방대 무선 교신 녹취록을 보면 지난달 21일 오후 4시 2분부터 18분간의 교신 내용이 없다. 첫 화재 신고 접수가 오후 3시 53분인 점을 고려하면 생존자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에 해당하는 시각이다.

이때를 전후해 오간 교신 내용은 119상황실이 현장에 전달하는 일반적인 사항일 뿐 현장 상황을 알리는 내용은 없다. 특히 가장 많은 20명의 희생자가 난 2층 여성 사우나 관련 정보는 이후 이어진 화재 현장 무선교신 내용에서도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정보 공유 실패는 119 신고 통화 내용 속에서도 확인된다. 유족대책위를 통해 공개된 119 신고 통화 녹취록에는 첫 신고가 접수된 뒤 6분이 지난 오후 3시59분 2층 여성 사우나에 갇힌 A 씨가 ‘10명 정도 함께 있다’고 구조를 요청했다. 오후 4시 9분에도 2층 여성 사우나 탈의실에 수 명과 함께 갇혀 있다는 B 씨의 신고가 또다시 접수됐다. 그러나 오후 4시 6분 현장에 도착한 인명 구조대는 구조 요청이 쇄도한 2층이 아닌 지하 수색에 나섰다. 구조대가 2층 진입을 시도한 건 이로부터 한참 지난 뒤인 오후 4시 37분이었다.

유족들은 ‘골든타임’을 놓친 소방당국의 구조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유족대책위는 소방합동조사단에 무전 녹취록 보전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호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