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산 시대, 선순환 시작점”

“꼭 필요한 시설인데 워낙 비용이 많이 드니 기업이 선뜻 나서기 힘든 분위기였어요. 아무도 나서는 곳이 없어 제가 총대를 멨죠.”

녹산산단 바른어린이집 개원에는 ㈜동화엔텍 김강희(사진) 회장의 추진력이 절대적이었다. 부산의 대표적 산업단지인 녹산산단에는 현재 1900개사 정도가 입주해 있다. 근로자 수만 4만2000여 명에 이른다. 아이를 키우는 젊은 근로자가 많은 데도 산단 내 변변한 어린이집이 하나도 없었다.

이에 동화엔텍이 주도하고, 르노삼성자동차㈜ ㈜정산인터내셔널 ㈜동화뉴텍 ㈜태웅 ㈜테크로스 현진소재㈜ ㈜성광벤드 한라IMS㈜ 연산메탈㈜ 만디젤앤터보코리아㈜ ㈜파나시아 ㈜동화기연 등 총 13개 기업이 공동으로 직장어린이집을 만들기로 했다. 2014년 12월 동화엔텍을 대표사업주로 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어린이집 공사 등을 거쳐 2016년 4월 개원했다. 총 20억 원을 들였는데 이 중 국·시비 지원금이 16억 원, 기업분담금은 4억 원이다.

참여기업 중 르노삼성자동차와 정산인터내셔널만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사업체이고, 나머지 11개 회사들은 그럴 법적 책임이 없지만 직원 복지 향상을 위해 직장어린이집 개원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상시근로자가 500인 이상이거나 여성근로자가 300인 이상일 경우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해야만 한다. 참여 기업들은 현재 매월 십시일반해서 어린이집 운영비도 낸다.

김 회장은 “개원시기가 4월로 늦어져 원생이 처음부터 많지는 않았지만 산단 내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대기자가 생길 정도로 인기가 폭발적이다”며 “어린이집 개원에 참여한 13개 기업의 직원 자녀만 다닐 수 있고, 회사별로 아이 정원이 배정돼 있는데 정원을 채우지 못한 회사에 비참여기업들이 ‘쿼터’를 살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경우도 요새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어린이집엔 큰 놀이터가 있고, 텃밭도 있으니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것 같다. 그 덕에 학부모인 직원들도 만족해하니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컨소시엄 대표사업주로서 매주 한 차례 어린이집에 들러 운영상황을 체크한다. 아이들을 매주 만나며,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동화엔텍의 사훈인 ‘바르게, 제대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볼 것을 주문한다. 그래서 어린이집 이름에도 ‘바른’을 붙였다.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는 일이야말로 현 세대의 의무라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직장을 그만두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직장어린이집 설치는 기업의 훌륭한 사회공헌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로자의 생산활동을 유지하거나 확대하고, 직장어린이집을 거쳐간 아이들은 또 우리 사회의 훌륭한 일꾼으로 자라 앞으로 기업에 큰 도움이 되는 거죠. 직장어린이집은 이러한 선순환 구조의 시작점입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