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전 철회·조율 여부 확답 안해

최근 논란이 된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 정책이 보류됐다. 대신 영어 수업을 비롯한 유치원 방과 후 과정 운영 기준을 내년 초까지 마련하고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도 함께 수립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16일 “유아 등을 대상으로 한 과도한 영어 사교육과 불법 관행 개선에 주력하고 유치원 방과 후 과정 운영 기준을 내년 초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준 마련 시점을 내년으로 잡은 것은 유치원 방과 후 영어 금지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가 금지 방침을 완전히 철회하는 것인지, 방침은 유지하되 시기 등을 조율하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아 앞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다.

교육부는 유치원의 과도한 방과 후 영어과정 운영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고 만 3~5세에 적용되는 누리과정 개편과 연계해 특성화 프로그램 위주의 놀이 중심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특히 지나치게 비싼 방과 후 영어 교습비, 영어학원과 연계한 편법 운영 등은 교육청과 함께 상시점검단을 꾸려 감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유아를 대상으로 한 고액 영어 학원에 대해서는 단속과 함께 제도 개선에 나선다. 우선 여론 수렴을 거쳐 올해 하반기 법령을 개정해 유아 영어학원 교습시간과 교습비, 교습 내용에 관한 규제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영어 유치원’ 명칭 불법 사용과 안전시설 미비 등을 관계부처와 합동점검한다.

애초 교육부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오는 3월부터 초등학교 1, 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이 금지되는 것에 발맞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도 영어 방과 후 수업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교육비 부담을 호소하는 학부모와 유치원의 반발에 부닥치면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바 있다.

교육부는 이와 별도로 모든 학생에게 양질의 영어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을 연내 마련하기로 했다. 교수학습 방식과 평가체계 등을 재정비해 영어 공교육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고교 영어교육 개선도 포함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의견 수렴 과정에서 영어 교육 전반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음을 확인했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영어교육 전반에 걸쳐 내실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송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