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오후 4시30분 부산 중구의 한 백화점. 고급 의류 매장에서 옷을 둘러보던 A(여·54) 씨는 마음에 쏙 드는 코트를 발견했다. “참 예쁘다.” 하지만 가격표를 본 A 씨는 옷값이 200만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번 입어라도 볼까.” 옷이 정말 마음에 들었던 A 씨는 점원 도움으로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 옷을 받아 들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고 거울에 옷맵시를 비춰본 A 씨의 갈등이 더 깊어졌다. 백화점 조명 아래 코트를 걸친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A 씨는 ‘그래도 200만 원은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다.
“여기요.” A 씨는 옷을 벗어 돌려주려고 점원을 찾았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당일이던 이날 부산 번화가의 백화점은 인파로 들끓었고, 점원은 다른 고객을 응대하느라 바빴다. 잠깐 제자리에 서 있던 A 씨는 슬며시 걸음을 옮겨 매장을 벗어났다. 하지만 이런 A 씨를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A 씨는 곧장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를 몰고 집으로 와버렸다.
하지만 A 씨는 벗어두고 온 자신의 옷에 추적의 단서가 고스란히 남았다는 사실을 몰랐다. A 씨가 원래 입고 있던 옷 안감에 붙은 상표에는 A 씨가 사는 동네와 빌라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는 A 씨가 옷 세탁을 맡겼을 때 세탁소 측이 배달 편의를 위해 남겨뒀던 기록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 기록을 놓치지 않았고, 이를 바탕으로 추적해 A 씨를 붙잡았다. 부산 중부경찰서는 19일 절도 혐의로 A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신이 남겨두고 간 옷에 추적의 단서가 있었다는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