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피해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에 이어 유치원에서도 CCTV 설치를 의무화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CCTV가 예방책은 안되더라도 사후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23일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참보육부모연대 회원과 유치원, 어린이집 아동학대 피해 부모가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 CCTV설치 의무화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

부산참보육부모연대와 유치원·어린이집 아동학대피해부모들은 23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유치원 CCTV설치 의무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많은 아동학대 사례를 접하면서 CCTV 없이는 학대 판정을 받기 어려우며 학대를 저지른 교사와 원장을 처벌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말 촉발됐던 부산 동래구 P어린이집 학대사건은 CCTV가 없어 2년이 넘도록 1심 판결조차 내려지지 않을 정도로 지지부진하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P어린이집 학대 사건 피해아동 부모는 “모든 피해 아동이 한결같이 학대를 당했다고 진술했음에도 이들의 진술만으로는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며 “CCTV만 있었더라면 이렇게 어려운 싸움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어린이집의 경우 영유아보호법에 따라 2015년부터 CCTV설치가 의무화됐다. 그러나 유치원은 의무조항이 없어 부산지역 유치원 학급 중 약 60%(2017년 9월 1일 기준)에만 CCTV가 설치된 상황이다. 이마저도 설치된 CCTV의 56.05%는 100만 화소 미만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해 유치원 CCTV설치율을 높이기 위해 유치원이 원하면 한 곳에 200만 원씩을 지원하고자 관련 예산도 확보했으나 신청한 곳이 거의 없어 사실상 실패한 바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인책도 시행해 보았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관련법 개정 또는 사립유치원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