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최초 침대 비상탈출로 구상
- 구 담당자 사전검토만 1년 넘어
- 기다리다 공사했지만 불법 딱지

- 밀양 화재보며 탈출로 필요 절실
- 환자 생명보호에 행정 지원해야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수억 원을 물어내야 하는 행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밀양 화재를 보면서 더욱더 시급하게 탈출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느꼈다.”

서종범 아하브 병원장은 29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늑장 행정으로 병원 대피로 공사가 늦어지는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1999년 문을 연 아하브 병원은 7층 규모의 정신과 전문병원으로 2002년부터 2개 층을 요양병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고령층인 데다 병상에 누워 지내는 환자가 많아 서 원장이 직접 대피로 조성사업을 진행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병원 중 침대 비상탈출로를 만들려고 한 곳은 아하브 병원이 유일했다”며 “2013년 건축허가를 신청하면서 북부소방서장의 추천까지 받았는데 사업에 제동이 걸릴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건축허가에 관해서는 서 원장과 북구의 입장이 달랐다. 서 원장은 북구가 건축허가 신청에 대한 허가를 1년 이상 넘겼다는 입장이고, 북구는 전자기록에 기록이 없어 허가 신청은 물론 허가 취소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 원장은 건축허가 이전에 건설과 담당자가 한 ‘사전 검토’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3년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 조감도와 설계도까지 준비했다. 당시에는 관행상 건축허가 서류를 곧바로 내지 않고 구 담당자가 검토한 뒤에야 제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전검토 과정이 지나치게 길어지자 병원 측은 2014년 6월께 공사를 감행했다. 전남 장흥의 요양병원 화재로 많은 환자가 숨져 공사를 더이상 늦추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 원장은 “건축허가를 기다리다 못해 공사를 시작했는데 반년 만에 불법건축물로 적발됐고 구에 3억여 원의 이행강제금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병원은 현재 재정 부담 등의 이유로 대피로 공사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그는 “많은 요양병원이 도심에 있어 우리 병원 같은 비상대피로 증축은 생각하지 못할 것”이라며 “산속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공사를 진행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난처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병원장으로서 화재 사고가 가장 두렵다.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뒷받침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