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 아하브 병원이 화재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비상대피로를 만들다가 수억 원의 이행강제금을 문 사실(국제신문 30일 자 1면 등 보도)이 알려지자 여론이 들끓고 있다.

30일 현재 아하브 병원이 조성 중인 비상대피로는 약 50% 공정률을 보인다. 총사업비 15억 원 규모의 공사로 2014년부터 현재까지 5억 원가량이 투입됐으며 좌측 대피로의 골조만 완성된 상태다. 병원은 서둘러 공사를 마무리하고 싶지만 2015년 부과된 이행강제금(3억4000만 원)을 낸 뒤 비용 조달이 쉽지 않아 잠정 중단됐다. 이처럼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시작된 비상대피로 조성에 북구가 무거운 강제금을 물린 데 이어 병원이 예산난까지 겪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구가 이를 돌려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병원 관계자는 “건축허가를 앞두고 담당 공무원에게 잘 보이지 않은 것이 불이익을 받은 배경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다른 수단으로 대응하다가 또 다른 불이익을 받을까봐 행정소송 등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하브 병원은 다음 달 초부터 비상대피로 공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서종범 원장은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건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일이다”며 “공사를 다시 시작하면 넉 달 내로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하브 병원이 3억여 원의 이행강제금을 낸 사실을 두고 안전에 선제적 대응하려다 벌어진 일인 만큼 구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부산 북부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의무시설이 아닌 비상탈출로를 만드는 것을 보고 해당 병원을 우수사례로 지역병원에 소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해몽 부산시민센터장은 “밀양 세종병원 또한 다음 달 스프링클러가 설치될 때까지 기다리다 참사가 일어난 것 아니냐”며 “비록 법을 어겼지만, 안전을 위해서 절차를 어기게 된 부분에 대해서 구제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본지 페이스북에는 북구의 행정을 질타하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심모 씨는 ‘탁상행정이다’는 글을 올렸고, K 씨는 ‘적폐 공무원’이라는 표현을 썼다.

김봉기 기자 superch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