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병실 입원해 극진히 수발
- 서로 의지하며 아픔 치유 중
“어머님, 이번에 큰일 겪었으니 오랫동안 건강하게 사세요.” “괜히 나 때문에 고생만 시켜 미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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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자신도 환자인 며느리 이명희(58) 씨가 허리가 불편한 시어머니 이옥순(85) 씨를 돌보고 있다. |
경남 밀양 세종병원 참사 당시 화마 속에서도 서로를 걱정한 고부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고 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같은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의지하며 끔찍했던 지난날을 극복하고 있다.
31일 부산 북구 베스티안병원 입원실. 며느리 이명희(58) 씨가 링거를 꽂은 채 시어머니 이옥순(85) 씨의 점심 수발을 들고 있었다. 고부 관계인 두 사람은 이번 밀양 화재로 부상을 당해 같은 입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본인도 치료가 필요한 며느리는 허리가 불편한 시어머니를 돕느라 분주했다.
지난 26일 화재 당시에도 두 사람의 고부애는 뜨거웠다. 세종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던 이 씨는 바로 옆 세종병원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같은 층에 있던 환자를 대피시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같은 시각, 세종병원 2층에는 시어머니가 입원해 있었다. 2층은 이번 참사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곳이지만 다행히 시어머니는 소방대원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며느리 이 씨는 “당시 정신 없던 와중에도 어머님 생각이 났지만 현실적으로 구하러 갈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며 “남편에게서 어머님이 큰 부상 없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는 말을 듣고서야 마음이 놓였다”고 회상했다.
사고 후 시어머니는 부산의 베스티안병원으로 이송돼 입원했고 이 씨도 “어머님 옆에서 치료받고 싶다”며 같은 병실에 입원했다.
둘째 며느리인 이 씨는 24세에 결혼, 1991년 경남 밀양에 정착한 뒤부터 줄곧 시어머니와 한동네에서 살고 있다. 시어머니는 걸어서 5분 거리인 첫째 며느리집에서 함께 산다. 시간이 날 때마다 밑반찬을 갖다 주는 등 평소에도 왕래가 잦았다.
시어머니가 허리를 다쳐 지난 15일부터 세종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며느리 이 씨는 10년째 일하고 있는 세종요양병원 업무가 끝나면 항상 어머니께 들러 안부를 물었다.
같은 병실에 입원한 지금도 이 씨는 시어머니가 식사를 하도록 도와주고 말동무가 돼 고통을 덜고 있다.
시어머니는 “불이 났을 때 나는 이제 살만큼 살아 괜찮지만 며느리는 어쩌나 싶어 눈물이 났다”며 “나 때문에 매일 고생하는 며느리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나는 며느리 복이 많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