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사 잘되면 가게 월세 오르고
- 안되면 인테리어 비용도 못건져
- 젊은 층 끌어모으는 SNS 광고
- 월 150만 원 줘야 제대로 홍보
- 임대료 동결 등 제도 지원 절실
“대학가 카페를 전전하며 직원으로 일하다가 처음 낸 내 가게를 이런 식으로 떠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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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부산진구 전포카페거리에 있는 한 빵 가게에 임대를 안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전포카페거리에서 33㎡ 규모의 베이커리를 운영하다가 최근 점포를 내놓은 김모(34) 씨의 말이다. 그는 “자부심으로 빵을 구웠는데, 젠트리피케이션에 밀려나니 허망하다”며 한숨지었다. 김 씨는 3년 전 카페거리에 가게를 냈다. 대학가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고되더라도 전포카페거리에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 이곳을 택했다. 직접 만든 빵과 커피로 손님을 사로잡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인기를 끌기 시작한 전포카페거리의 진입 장벽은 높았다. 기계와 소품을 들이고 가게를 꾸미는 데만 1억 원 넘는 돈을 썼다. 그는 “카페거리는 특히 인테리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곳”이라며 “이런 사정을 꿰뚫은 업자들이 단가를 1.5배 이상 비싸게 불렀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관광객 등 뜨내기손님이 몰리는 상권에서는 단골 만들기도 어렵다. 갈수록 손님이 줄자 유명 카페로 가꾸겠다던 자신감도 꺾였다. 김 씨는 “더 도전하고 싶지만, 입주 때 80만 원이던 월세가 배 넘게 올라 ‘본전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른바 ‘잘나가는’ 가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중심가의 또 다른 30대 점주는 “월세 350만 원이 부담돼 보증금을 올리고 월세를 깎아보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게 밖까지 고객이 줄지어 서는 곳이지만 월세 압박을 이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식당은 영업은 하고 있지만 가게를 내놓은 상태다.
최모(36) 씨는 한 달 넘게 인테리어에 공들여 연 식당 문을 4개월 만인 지난해 말 닫았다. 그는 ‘광고의 압박’이 예상외로 컸다고 호소했다. 최 씨는 “젊은 고객에게는 포털이나 SNS 노출 건수가 가게 선택의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가게 주인은 음식이나 음료 등 자기 콘텐츠에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들이지만 고객이 가게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가게명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정보가 없으면 고객이 돌아가버리는 일을 겪다 보면 생각이 바뀐다”고 말했다. 광고비는 기본 80만 원에서 ‘전포카페거리’나 ‘맛집’ 등 키워드 언급 횟수에 따라 150만 원까지 뛰었다. 이들은 전포카페거리가 프랜차이즈 점포를 위한 곳으로 변질돼 간다고 입을 모았다. 인지도가 있는 데다 월세를 올려도 버틸 자본력이 있어 건물주는 프랜차이즈를 선호한다.
부산경실련 박승제 정책위원장은 “전포카페거리는 소상인이 직접 일군 귀중한 상권”이라며 “하지만 뉴욕타임스에 보도될 때 강조된 지역성이나 창조성은 점차 자본 논리에 밀려난다”고 진단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임대료 동결 협약을 포함해 전통상업보존구역, 서민경제특별진흥지구처럼 프랜차이즈 등의 거대 자본이 이 상권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막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