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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괄목상대(刮目相對)

학생 내면에 잠재된 능력들, 교육통해 발휘 이끌어 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2-05 19:18:20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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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문학’ 수업 첫 시간, 학생들에게 말했다. 문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문학을 즐기기 위해서다. 교과서의 공부로만 그 즐거움을 다 알 수 없으므로 ‘진짜’ 소설책과 시집을 읽고 표현하는 활동을 할 것이며, 그 결과물은 성적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이들은 두려움과 기대감이 섞인 반응을 보였다. 주당 시수의 3분의 1은 아예 교과서 없이 학생 활동으로 배당했다. 여러 책을 건성으로 읽는 것보다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고 긴 글을 써보는 활동이 글에 대한 내공을 키워줄 것이므로 8000자 서평쓰기를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장편소설 추천목록을 제시하며 서점에서 자기 책을 사라고 했다. 책장은 그의 영혼을 반영한다. 시험이 끝나면 버리는 책이 아니라 영원히 소장하고 싶은 자기의 책을 가질 때가 되었다. 애들은 ‘처음엔 말도 안 돼’ ‘2000자도 힘든데 무슨 8000자’ 하는 표정들이었다.

나도 반신반의했다. 과연 애들이 잘 따라줄까, 해낼 수 있을까. 동학년 선생님과 힘을 합해 설득과 채근을 거듭했다. 그리하여 최초로 서점에서 가서 책을 산 아이, 최초로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은 아이들이 나왔다. 많은 아이들이 최초로 가장 긴 글, 8000자가 넘는 글을 썼다. 아이들은 스스로 놀라워했다. 내가 진짜 이걸 해냈구나!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도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이뤄지는거구나. 교사들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격려하고 다그치기도 했지만 진짜로 이렇게 해낼 줄은 몰랐다. 이 경험으로 독서를 좋아하고 글쓰기에 자신감을 가진 학생들이 늘어났다.

그 아이들과 2학기에도 시집비평하기, 산문집 읽고 영상 만들기, 그리고 이 모든 활동의 총화 격인 ‘창작 소설쓰기’에서 아이들은 기대 이상의 능력을 발휘했다. 가족, 친구, 진로와 꿈, 정체성…. 갖가지 주제의 멋진 성장소설들을 읽으며 감탄하고 감동했다.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이 정도까지 쓸 수 있구나.

우리 학교의 이런 평가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나 일본만 해도 벌써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진정 필요한 능력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키워줄 수 있을까. 평가를 바꾸지 않고는 교육이 바뀌지 않는다. 학생들은 평가에 맞춰 공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두 학교의 실험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국가차원에서 전면적 평가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도 과거에 비하면 많은 변화가 있지만, 여전히 오지선다 수능이 발목을 잡고 있다. 고3 수업은 기계적인 문제풀이를 되풀이하며 1, 2학년 때 쌓은 것을 까먹는 느낌마저 든다. 교육은 ‘집어넣기’가 아니라 ‘끄집어내기’, 교사의 가르침이 아니라 학생의 배움 활동이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객관적으로 줄 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평가의 목적은 배워야 할 것을 배우게 하고 그래서 진짜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학생과 교사의 과중한 부담, 평가의 객관성 확보. 무엇보다 교사를 믿어야 하고, 교사에게 평가권을 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교사도 노력해야 하겠지만 ‘가장 큰 장애는 학부모들의 간섭’이라고 교육열이 과다한 지역의 교사들은 말한다. 학부모들의 극성으로 학생들의 진짜 열정과 능력이 파묻히는지를 정작 당사자들은 모른다.

한해를 보내고 마지막 학생부 기록을 정리하고 있는 지금, 질문해본다. 문학을 즐기는 사람이 되게 하겠다는 목표는 얼마나 달성되었는가. 답은 괄목상대(刮目相對). 얘가 그 전에 내가 알던 애가 맞나 하고 놀라움을 느꼈던 여러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한 인간의 내면에 어떤 능력이 잠재되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교육이란 단지 성심으로 두드리고 발굴하는 일이다.

조향미 만덕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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