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30년 만에 개최된 올림픽의 현장을 보려는 열망이 ‘평창에서 가장 먼 도시’인 부산에서도 감지된다. 시민 문의가 빗발치자 여행사가 급히 평창행 버스편을 마련했고, 시외버스·열차를 이용하거나 400㎞ 넘는 길을 손수 운전해서라도 평창에서 직접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려는 시민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직접 보러 평창을 찾은 정성윤(44) 씨 부자. 정성윤 씨 제공

14일 코레일과 지역 버스터미널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부산에서 강원 평창군까지 가는 시외버스나 열차 ‘직행 노선’은 없다. 시외버스를 이용하면 원주나 서울에서 다시 평창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열차도 부산역에서 우선 서울로 간 뒤 경강선 등 다른 노선으로 환승해야 한다. 거리상으로도 부산은 서면에서 평창 올림픽 경기장까지 417㎞에 달해 광주(412㎞)를 제치고 7대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먼 도시로 분류된다.

이런 악조건을 딛고도 시민은 ‘평창행’을 불사한다. 여행사인 ‘새부산여행’은 관련 문의가 이어지자 매일 부산과 평창을 오가는 버스편을 마련해 15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운영한다. 이 버스는 오전 5시 부산을 출발해 평창동계올림픽 셔틀버스를 바로 이용할 수 있는 강릉까지 가는 버스로, 오후 5시면 도착지에서 다시 부산으로 돌아온다. 이 노선은 21인승 우등버스로 편성됐으며 가격은 8만 원이다. 새부산여행 관계자는 “눈꽃축제 등 기존 유명 관광지를 들르는 김에 평창올림픽 경기를 보고 싶은 여행객이 많아 지난해 겨울과 비교하면 여행객이 150%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여행사를 끼지 않고 직접 평창을 찾는 시민도 있다. 직장인 이기서(29·수영구 광안동) 씨는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연차를 내고 시외버스를 이용해 평창을 방문한다. 크로스컨트리를 직접 관람하고 싶다는 이 씨는 “15년간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로 뛴 이채원 선수의 인터뷰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성윤(44·동래구 온천동) 씨는 지난 10일 1박2일 일정으로 아내, 아들(12)과 함께 직접 차를 몰아 평창에 다녀왔다. 아들과 함께 스노보드 타는 것을 즐기는 정 씨는 지난 11일 슬로프스타일 스노보드 경기를 관람했다. 정 씨는 “오전 5시30분에 출발해 4시간30분 걸려 평창에 도착했다. 오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가족과 함께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 경기를 직접 볼 수 있어 뿌듯한 여정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