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료구입, 판매, SNS 홍보까지
- 경영이론 현장 접목해 값진 경험
- 수익금은 쪽방촌에 연탄 기부
- “고구마로 보람과 이웃간 정 느껴
- 설명절에 부모님께 자랑할 것”
한때 겨울 거리를 점령했던 군고구마가 도매단가 상승으로 ‘금고구마’로 변하면서 점차 시야에서 사라졌다. 거리를 가득 메운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군고구마를 사본 이라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파는 군고구마로는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을 알 것이다. 동아대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최영환(23) 씨와 김주호(23) 씨는 추억의 군고구마를 길에 불러내 동아대 부민캠퍼스에서 한 달간 팔았다. 최근 수익금으로 연탄 400장을 기부하고 연탄 배달 봉사를 한 이들을 14일 캠퍼스 근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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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대 경영학과 3학년 최영환(오른쪽) 김주호 씨가 ‘환호구마’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판매 수익금으로 연탄 400장을 구입해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했다. |
“생각보다 사람들이 군고구마를 너무 좋아해서 놀랐어요. 인근 주민은 물론 오가는 교직원, 직장인, 외국인 유학생, 꼬마 아이들까지 소문 듣고 왔다며 사가셨어요. 나중엔 단골손님까지 생기더라고요.” 지난해 제대 후 복학한 이들은 입대 전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현실에 접목해보자고 했던 서로의 약속을 떠올렸다. 최 씨는 “말로만 하지 말고 진짜 행동으로 보여주기로 결심했다”며 “소비자행동론, 창업경영론, 마케팅 등 그동안 배운 걸 토대로 상품의 원가를 따져보고 홍보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활발한 대외 활동으로 인맥에 자신 있었던 이들은 학교 주변에서 팔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 추억의 아이템인 군고구마를 떠올렸다. 용돈과 아르바이트로 모은 70만 원을 투자해 군고구마 기계를 샀다. 각자의 이름 끝자를 따 ‘환호구마’라고 브랜드를 정하고 스티커를 1000장 만들었다. 김 씨는 “종이 봉투에 군고구마를 담아 브랜드 스티커를 붙여 사람들이 SNS에 인증샷을 올리도록 유도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원래 알던 사람보다 더 많은 이가 환호구마를 찾았다”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한 달 내내 평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겨울 거리를 지키는 일은 쉽지 않았다. 주문한 고구마가 잘못 배송되거나 한파가 닥쳐 고구마를 찌는 시간이 배로 걸리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나중엔 발가락이 동상에 걸릴 것 같더라고요. 그럴 땐 문자메시지로 주문받아 직접 배달을 했어요. 핫팩이나 따뜻한 커피를 챙겨주시는 주민들도 계셔서 더 보람찼죠.”
방학을 기점으로 프로젝트를 종료한 이들의 사업 성과는 ‘딱 본전치기’였다. 하루에 많게는 10㎏짜리 고구마 세 박스, 적을 때는 한 박스를 파는 등 판매량은 많았지만 고구마 도매가가 비싼 탓에 손익분기점에 간신히 도달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판매 수익금을 회수하는 대신 연탄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군고구마를 팔면서 느낀 보람을 소외계층에 되돌려 주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연탄 2000장을 캠퍼스 인근 쪽방촌에 배달하는 봉사를 했다.
최 씨와 김 씨는 “이번 설날에는 부모님께서 아들의 자랑스러운 이야기를 친척들과 나누는 자리가 될 것 같다. 우리가 배달한 연탄으로 주민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다”며 미소지었다. 이들은 남은 수익금을 재투자해 차기 프로젝트로 ‘환호빙수’를 기획하고 있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