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칭 ‘대통령님’ 조서엔 ‘피의자’
- 1001호 특수부 조사실서 조사
- 검사와 마주앉아 질문 답변
- 점심 설렁탕·저녁 곰탕 식사
- 때때로 휴게실 이용해 쉬기도
14일 서울중앙지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조사에서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을 비롯한 110억 원대 뇌물수수 등 주요 혐의를 부인했다. 다스와 관련한 여러 의혹에 이 전 대통령은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는 부인 태도를 견지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 조사가 계획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선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예상과 달리 (조사 속도가) 아주 늘어지고 있지는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본인은 전혀 모르는 일이고, 설령 그런 일이 있었더라도 실무선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입장”이라며 “범죄 혐의 자체를 기준으로 봤을 때 (일부라도 인정한 것도) 없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신문은 검찰과 이 전 대통령은 집요하게 사실 관계를 다투기보다 수사팀이 질문을 이어가면서 항목별로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전 대통령은 조사 과정에서 ‘대통령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렸다. 다만 검찰 신문조서에는 실제 사용된 호칭과 관계없이 ‘피의자’로 기재된다. 혐의를 받는 수사 대상을 뜻하는 말이다. 검찰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할 때도 ‘대통령님’이나 ‘대통령께서’ 등 호칭을 사용해 조사를 진행하고 조서에는 ‘피의자’로 썼다. 검찰 관계자는 “실제로 기업체 관계자나 정당 대표 등을 조사할 때도 직업적 부분을 붙여 부르는 게 일반적”이라며 “대통령도 일반적인 방법대로 부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에 소환된 다른 전직 대통령들 조사 때도 ‘대통령’이라는 호칭이 사용됐다.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최초로 소환조사를 받을 때 문영호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2과장은 “호칭은 편의에 따라 그때그때 바꿔 부르겠다”고 양해를 구했고, 노 전 대통령이 “괜찮다. 편한 대로 부르라”고 답하자 ‘전(前) 대통령’으로 불렀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청사 10층 특수1부장실에서 한동훈 3차장 검사와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한 차장검사는 녹차를 한 잔 내주면서 10여 분 동안 조사의 취지와 방식, 일정 등을 간략히 설명하고 불가피하게 늦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이 전 대통령은 “주변 상황에 대한 고려나 편견 없이 조사해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검찰 측에 전했다. 이에 한 차장검사는 “법에 따라 공정히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검찰 관계자는 “저희도 충분히 예의를 갖췄고, 이 전 대통령도 저희를 충분히 존중해 주셨다”고 면담 분위기를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1001호 특수부 조사실에서 피의자 신문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조사실 가장 안쪽에 놓인 책상에서 검사와 마주 앉아 혐의와 관련된 질문에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은 조사 상황과 피로도 등을 고려해 조사실과 연결된 1002호 휴게실에서 때때로 휴식을 취했다. 외부 식당에서 배달한 설렁탕으로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후부터 다시 조사를 받았다. 저녁으로는 곰탕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