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어르신·장애인 10%’.

1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산동 신촌돌솥설렁탕에 들어서니 근래 보기 드문 따뜻한 글귀가 눈길을 끌었다. 이 글을 쓴 최자준(52) 대표는 2004년 처음 식당 문을 연 뒤 지난해까지 한 번도 가격을 올리지 않고 같은 가격을 받았으며 어르신과 장애인에게는 할인 혜택까지 제공했다. 식당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감사패가 최 씨의 선행을 보여줬다. 올초 최저임금 상승 기조의 여파에 못 이겨 가격을 올렸지만 식당 인기는 여전하다.

사실 그가 돈을 벌 요량이었다면 진작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을 터였다. 가격을 유지하고 할인 혜택까지 주는 덕에 ‘착한식당’으로 유명해진 최 대표에게 프랜차이즈 사업을 제안한 사람도 많았다. 그 때마다 최 대표는 음식의 맛이 변할 수 있다며 거절했다. 그는 “그저 가족과 생계를 유지할 수 있으면 족하지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대표의 설렁탕집은 가게를 찾는 손님에겐 추억의 공간이다. 재개발 등의 이유로 연산동을 떠난 어르신들은 먼 길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게를 찾는다. 그는 “기장 정관, 다대포 등 멀리에서도 많은 분이 찾아주신다. 우리 가게에서 옛 추억을 더듬을 수 있다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설렁탕집을 찾는 손님의 절반 가까이는 단골손님이다. 가격이 1000원 올랐지만 공기밥과 국수를 무료로 주는 인심은 여전히 넉넉하다. 고심 끝에 가격을 1000원 올린 그에게 손님은 오히려 “잘했다”고 입을 모았다. 최 대표는 “15년간 지켜오던 가격을 올려 송구한 마음이 든다”며 “스스로의 다짐이어서 꼭 지키고 싶었지만 가게 문을 닫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지역사회에 더 많은 것을 돌려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어렵게 내린 결정이다”고 아쉬워했다.

10년 넘도록 한 자리에서 직원들과 가게를 꾸려가는 최 대표는 ‘착한식당’이라는 별명에도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저에게 다들 좋은 일 한다고들 하신다. 가게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맛있게 식사하시고 행복하시면 도리어 제가 더 행복하다”며 “좋은 일을 한다기 보다 손님과 직원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간다고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봉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