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 서는 4번째 前 대통령
검찰이 구속된 이명박(77) 전 대통령을 110억 원대 뇌물수수, 350억 원대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헌정 사상 전직 대통령 기소는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전직 대통령 2명이 동시에 구속기소되는 비극도 23년 만에 재연됐다.
서울중앙지검은 9일 이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하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전 대통령의 공소장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조세 국고손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죄명으로 16개 혐의가 적시됐다. 공소사실을 보면 이 전 대통령의 뇌물액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민간의 이권 청탁금 등 111억 원이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8년 4월부터 2011년 9월까지 김성호·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특수활동비 7억 원을 상납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의심되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BBK 투자금 반환 소송을 위해 삼성으로부터 받은 소송비 585만 달러(68억 원)도 뇌물로 봤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임을 명시했다.
삼성 뇌물액 다음으로는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기관장 선임, 우리금융지주회장 연임을 바라고 이 전 대통령과 가족에게 건넨 22억6000만 원이 가장 큰 액수다. 이 밖에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5억 원), 김소남 전 의원(4억 원), 손병문 ABC 상사 회장(2억 원)도 뇌물을 건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이 전 대통령이 다스에서 1991년부터 2007년까지 339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빼돌리는 등 349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적용했다. 횡령 자금은 이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 직원 급여(4억3000만 원), 여행경비와 김윤옥 여사의 병원비(5억7000만 원), 개인 승용차 구입비용(5400만 원) 등에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대통령 사건을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에 배당했다. 정계선(49·사법연수원 27기) 부장판사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2월 서울중앙지법 부패 전담부 재판장을 맡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활비 수수 사건 재판 준비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동시에 법정에 설 수도 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도 1995년 내란과 뇌물 혐의 등으로 나란히 기소된 바 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