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개최 노동절 행사도 난항

부산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던 부산역 광장이 공사로 폐쇄되면서 지역 공론장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사가 끝난 이후에도 부산역 광장은 기존 면적의 3분의 2 이하로 줄어들 상황이라 종전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을 회복할지 미지수다.

17일 창조지식플랫폼이 건설되고 있는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 모습. 공사로 인해 10년간 진행했던 노동절 행사를 올해는 부산역 광장에서 치를 수 없게 됐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부산시는 부산역 앞 창조지식플랫폼을 짓는 공사를 올해 연말 완료할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시는 지난해 4월 390억 원을 들여 2층 규모의 플랫폼 조성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부산역 통로로 이용되던 광장도 가로막혀 현재 시민은 광장 둘레의 갓길을 이용해 부산역을 오간다.

당장 화두로 떠오르는 건 다음 달 1일 노동절을 맞아 열리는 노동계 행사다. 5월 ‘메이데이’ 행사로 불리는 민주노총의 노동절 행사는 당해 노동계 이슈를 쟁점화하고 노조원 화합을 다지는 자리다. 10년 넘게 부산역 광장을 무대로 열렸고, 중구 남포동까지 행진도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는 창조지식플랫폼 공사로 갈 곳을 잃었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는 올해 행사에 조합원의 10%인 5000명 넘는 인원이 모일 것으로 예상한다. 노동절에 부산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일제 강제징용노동자상 제막식이 예정돼 있어 관심이 뜨겁다. 문제는 집회 장소다. 부산역 광장 집결이 불가한 상황에서 우선 초량 일본영사관 앞 인도와 차도에 집회신고를 내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평일 외국 공관 100ｍ 이내 장소에서 옥외 집회를 금지한다. 경찰 관계자는 “영사관 앞은 관례적으로 집회가 허용돼왔지만 수천 명이 모이는 집회가 허가될지는 내부적으로도 해석이 엇갈린다. 집회 신고가 정식 접수되면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정발 동상 앞에는 1000명 이상이 들어서기 어렵다. 집회 장소, 성격 문제를 두고 외교 문제 등 마찰마저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부산역 광장은 노동 의제는 물론 일반 시민이 민의를 전달하는 공론장으로도 기능했다. 노동계가 2011년 희망버스, 2013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부산역 광장을 무대로 삼았다면 세월호 희생자와 고(故)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려는 시민도 광장 분향소를 찾았다.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게이트가 불거진 2016년 겨울 서면과 함께 부산역 광장에서 촛불이 밝혀졌다. 부산 관문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데다 늘 수많은 시민이 오가는 곳인 만큼 송상현 광장·시민공원과 달리 많은 시민이 부산역 광장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듣고 동참하기도 했다. 하지만 플랫폼 조성 공사가 완료되면 기존 1만4730㎡이던 광장은 적어도 35%(5335㎡) 줄어 공론장 기능이 축소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광장 폐쇄와 축소를 우려하며 지난해 4월 이미 성명을 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재하 본부장은 “2013년부터 시청 광장과 후문·정문, 부산고용노동청 주변에 화단이 설치되는 등 공론장 틀어막기가 조금씩 진행돼왔다”며 “효과가 의심스런 플랫폼 조성을 핑계로 가장 상징적인 부산역 광장까지 손대는 건 부산시가 시민·노동계와의 소통 의지를 잃었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