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장차림 62일 만에 모습드러내
- 미리 준비해온 입장문 통해
- “검찰 무리한 기소 비통한 심정
- 삼성 뇌물혐의 적용은 모욕
- 국익 위해 이건희 전 회장 사면”
- 법정서 기존 주장 되풀이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의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첫 재판에 출석해 구속 62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3월 14일 검찰 소환 때 이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내놓은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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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전 대통령은 2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 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뇌물수수·횡령 등 혐의 첫 공판에 출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은 정장을 입고 왼쪽 가슴에 수인번호 716번이 적힌 배지를 달고 구치소 호송차에서 내렸다. 포승줄이나 수갑을 차지 않은 대신 손에는 서류봉투를 들었다. 지난달 ‘수용관리 및 계호 업무 등에 관한 지침’이 개정되면서 도주 우려가 적으면 소장의 판단에 따라 수갑이나 포승줄 없이 재판에 참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오늘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어내렸다. 입장문에서는 다스 실소유 혐의를 비롯 삼성의 다스 소송비 지원 등 자신에게 쏠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변호인은 신빙성이 의심되는 관련자 진술이 많다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에 동의하지 않고 증인을 출석시켜 다투자고 했다. 그러나 국정을 함께 이끌어온 사람이 다투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리는 건 나 자신이 받아들이기 힘든 참담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검찰이 제시한 무리한 증거의 신빙성을 재판부가 검토해 줄 것으로 믿는다”면서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다스를 차명소유하고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에 대해서는 “내 형님과 처남이 설립한 회사”라며 “1985년 설립한 후 성장 과정에서 소유나 경영을 둘러싼 가족 간 어떤 다툼도 없었는데 국가가 개입하는 게 온당한지 의문이다”고 주장했다.
또 삼성 이건희 회장을 사면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자 모욕이다”며 “국익을 위해 삼성 회장이 아닌 IOC 위원 이건희의 사면을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강력한 이 회장의 사면 요구가 있었으며,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단독 사면을 결정한 결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는 게 이 전 대통령의 설명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비자금 349억 원을 조성하고, 법인세 31억4500여만 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 전 회장 사면을 대가로 삼성그룹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 67억7000여만 원을 대신 내게 하고,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7억 원을 받는 등 110억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검찰은 “재판에서 차분히 혐의를 입증해 나가겠다”며 “법과 상식에 맞는 재판 결과가 나오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윤옥 여사나 아들 시형 씨 등 관련자 기소 여부는 추가 수사를 진행하며 판단할 계획이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