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교과서·동영상 시청 등
- 흥미 잃게 하는 주입식 수업
- 체험·현장 중심 개편 필요
- 항구도시 원산 등과 협력해
- 학생·교사 교류 물꼬 트고
- 동질성 회복 등 접점 늘려야
- 전문교원 양성·새 교재 개발 등
- 산발적 통일교육 통합 과제도
교과서에 함몰된, 겉핥기식 교육이 아니라 살아있는 통일교육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험, 교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에 앞서 단기적으로는 보조 자료 개발, 전문 교사 양성 등 학교 현장의 통일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버팀목을 촘촘하게 박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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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통일교육 연구학교로 지정된 부산 해운대구 신곡중 학생들이 통일교육 활동으로 통일탐구토론대회를 열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
■교육자료 개발과 교사 양성 시급
지난해 통일부가 전국 초중고교 교사 4004명을 대상으로 한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를 보면 학교에서의 통일교육에 무엇이 부족한지 엿볼 수 있다. 조사 결과 교사들은 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해 ‘통일교육 자료의 개발과 보급’(59.4%)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으며 교사의 전문성 향상(37.3%), 통일교육 시간 확대(24%)가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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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곡중 학생들의 통일탁구대회 모습.
부산시교육청 제공 |
부산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부산시교육청은 교과서와 별도로 격년제로 통일교육 보조교재를 만들어 각급 학교에 보급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급별로 세분화되지 않은 데다 격년제로 발간되다 보니 최신 정보를 담거나 변화를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교사의 전문성과 수업 의지를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도덕 사회 역사 교과에서 산발적으로 통일과 북한에 대해 언급하다 보니 교과별로 교사가 다른 중·고교에서는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통일교육을 받기 힘든 구조다. 시교육청 이미선 교육정책연구소장은 “현재의 교육과정은 과목마다 분절돼 있다. 하지만 통일을 주제로 음악시간엔 노래를 부르고 국어시간엔 통일 주제 문학작품을 다룰 수 있고 미술시간엔 통일 그리기를 할 수도 있다”며 “교사들이 함께 고민하고, 연수 과정에서도 통일교육을 어떻게 실제 수업에 적용할 것인지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일교육에 할애하는 시간과 예산 확충도 필수적이다. 동아대에서 위탁 운영 중인 부산통일교육센터에 따르면 올해 280개 학교가 통일강좌를 신청했으나 예산 부족으로 50개 학교에만 강의를 나가기로 했다. 센터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동아대 윤은기(행정학과) 교수는 “전국에 17개 통일교육센터가 있는데, 지원자 수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예산이 편성돼 지원 학교 수가 많다고 수업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향후 예산 편성 때는 지역의 수요를 탄력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체험 중심의 현장 교육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통일부의 실태조사에서 학생 10만122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동영상 시청 교육이 62.2%를 차지하고 있어 일방적인 수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교수는 “통일에 대해 관심이 없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일방적인 강의는 효과가 없다. 개성이나 금강산에 직접 간다든지 학생과 전문가, 탈북민 등이 자유롭게 어울리는 토크콘서트를 여는 등 체험과 교류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류에서 답을 찾다
시교육청은 이 같은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최근 ‘미래 통일세대를 위한 통일준비교육 추진계획(안)’을 수립했다. 세부추진계획을 보면 크게 ▷통일준비 교육과정 수립·운영 ▷통일준비 남북교류 계획으로 나뉘어진다. 통일준비 교육과정 수립 단계에는 우선 통일 준비를 위한 교육자료를 개발하는 안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학생 체험 중심 통일교육과정으로 올해 처음 시작하는 ‘임시정부 대장정 프로젝트’를 활성화하고 충렬사, UN공원 등 부산지역 내 통일 관련 현장 방문을 통한 체험교육을 강화한다.
교원 역량 제고도 주요 사업 중 하나인데 특히 통일교육 담당교원 양성이 눈에 띈다. 담당 교원이 양성되면 현재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는 통일교육 통로를 일원화해 체계적인 수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역 연계 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해 평화통일교육 협의체를 운영하는 방안도 계획에 포함됐다.
교육청은 새로운 통일교육은 무엇보다 교류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기본 틀은 자매도시처럼 북한 내 특정지역을 교류 대상으로 정해 꾸준히 접점을 찾아가는 방식을 구상 중이며, 대상지는 부산과 자연 환경, 역사적 배경이 유사한 원산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원산은 동해에 접한 항구도시이고, 향후 통일 한국의 주요 항구도시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부산과 비슷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2003년에도 원산에 해산물 가공공장을 건설하기로 하는 등 경제교류의 물꼬를 튼 적도 있어 적합지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교류 주체는 크게 교사 학생 학술 교류로 나뉘어진다. 우선 교원 교류에는 역사탐방 연수가 포함됐다. 양측 교사 30명이 상대 지역을 방문해 특정 주제를 잡아 연수를 실시하는 것이다. 상호 교육기관을 방문해 교육 과정 등을 둘러보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학생 교류는 우선 독서토론 방식이 검토된다. 고전 등 논제를 선정해 양측 고교생이 모여 토론을 벌이는 방식이다. 학교별 특성을 고려한 교류프로그램도 짰다. 축구부를 운영하고 있는 동래고 축구부 학생과 원산의 고교생이 친선 축구대회를 열거나 원예고 부산보건고 기계공고 등 특성화고 학생들이 강점을 발휘해 묘목 식수, 농기계 수리 등 자원봉사를 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앞서 시교육청이 매년 개최하고 있는 아시아 청소년 교육포럼에 북한 학생을 초청해 교류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와 함께 시교육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통일교육연구대회 등을 활용해 항일 독립운동사 연구, 고구려 역사 유적지 탐방, 부산, 원산 사투리 공동 연구 등을 주제로 학술교류를 하는 방식도 검토된다. 시교육청은 이달 초 이 같은 통일준비교육 추진 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북한의 문호 개방이 어느 정도 진행될지 현재로선 가늠할 수 없고, 당장 북한의 학제나 학생·교사에 관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어 사업을 구체화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에서도 새로운 통일교육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가 차원에서도 새로운 통일교육 방안이 수립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