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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했던 역사의 현장 가덕도, 다크 투어리즘 명소가 되다

  •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  |   입력 : 2018-05-27 18:50:54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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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로 진해만, 아래는 대한해협
- 지리적 요충지 일제 침략 잦아
- 주민 몰아내고 군사기지 구축
- 인공동굴·막사·탄약고 만들어
- 구, 재정비해 역사탐방로 활용

- 을숙도·진우도·연대봉 거치는
- 갈맷길 5코스서 자연도 만끽

최근 몇 년 새 부산에서 가장 급격한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곳을 꼽으라면 강서구를 들 수 있다. 명지국제신도시를 비롯해 에코델타시티 개발까지 더해져 부산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그 속에서도 변함없이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 있다. 바로 가덕도다. 강서구 남단에 위치한 부산 최대의 섬 가덕도는 외양포해수욕장과 천수말 코바위 등 볼거리를 가진 자연 섬이자 조선과 일제시대의 흔적을 간직한 역사의 섬이다.
   
1900년 초 일본이 구축한 부산 강서구 가덕도의 외양포 포진지. 100년이 지났지만 당시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최근 다크 투어리즘의 명소로 부각되고 있다. 국제신문DB
■일제강점기 아픔 전해지는 외양포

가덕도는 부산의 최남단에 위치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끝단에 위치한 외양포는 일제의 침략이 잦았던 곳이다. 위로는 진해만, 아래로는 대한해협이 시작되는 지리적 요충지에 위치해 군사기지로 활용하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이곳의 주민을 몰아내고 외양포에 포진지와 막사, 탄약고 등 군사기지를 구축했다. 일본군이 외양포 전체를 장악하면서 풍요롭고 따뜻했던 섬은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곳으로 변했다.

   
가덕도 외양포마을에 남아있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만든 우물. 국제신문DB
벌써 10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외양포에는 당시 군사기지 등 아픈 역사의 현장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진해만 요새 사령부 중심 포진지 터도 거의 그대로다. 이곳에서 일본군은 가덕도 인근에 나타나는 러시아 함대를 향해 포를 쏘았다. 안으로 들어서면 군인들이 지내던 내무반도 볼 수 있다.

강서구는 이곳을 다크 투어리즘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참혹하고 잔인했던 역사의 현장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자는 취지다. 지난해 5월부터 ‘가덕도 외양포 포진지 정비 및 역사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외양포 곳곳을 보수하고 안내판을 설치한 것은 물론 외양포 방파제 옆 화약고도 추가로 발굴했다. 약 2시간에 이르는 역사생태탐방로 코스를 개발해 지금은 주말 기준 약 200명이 꾸준히 찾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강서구 관계자는 “외양포는 역사의 아픈 흔적을 간직한 곳으로 자연을 둘러보며 살아있는 교육을 접할 수 있다”며 “다양한 관광코스로 만들어 체류형 관광으로 유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외세와 연관된 다양한 상징물

   
새바지 인공동굴. 강서구 제공
가덕도에는 외세와 관련된 수많은 상징물이 있다. 흥선대원군은 병인양요(1866년)와 신미양요(1871년) 이후 외세 침입을 경계하기 위해 쇄국정책을 펴면서 성북 선창마을 소유지에 척화비를 세웠다. 지금은 성북동 천가초등학교 교정으로 이전됐으며 1993년 2월 1일 부산광역시 기념물 제25호로 지정됐다.

척화비는 화강암으로 제작됐으며 높이 1.45m, 너비 0.28m, 두께 0.16m의 크기로 만들어졌다. 비문에는 ‘양이침범 비전즉화 주화매국(洋夷侵犯 非戰則和 主和賣國, 서양 오랑캐가 침입하는데, 싸우지 않으면 화친하자는 것이니, 화친을 주장함은 나라를 파는 것이다)’이라고 크게 적혀 있고, ‘ 계아만년자손 병인작 신미립(戒我萬年子孫 丙寅作 辛未立, 우리들의 자손만대에 경계하노라. 병인년에 짓고 신미년에 세우다)’이라고 작게 새겨져 있다.

당시 정권을 쥔 흥선대원군은 서구 제국주의의 침략을 해결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으로 전국 주요 통로와 지점에 척화비를 세웠는데 가덕도에는 수군함정의 군항지이자 가덕청사가 있었던 성북동 선창마을에 위치한다.

일제시대의 잔재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또 있다. 대항마을 뒤쪽에 위치한 ‘대항새바지 인공동굴’이 그것이다. 러일전쟁 당시 가덕도를 점령한 일본군은 태평양 전쟁 발발 시 연합군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해안 여러 곳에 방어진지를 구축했다. 인공동굴 역시 그 중 하나였다. 현재 약 10개의 인공동굴이 발견됐다.

굴의 형태는 T자, I자 등으로 다양하다. 동굴을 만들다 중단된 곳도 있고 내부가 십자형으로 얽힌 긴 동굴도 있다. 길이 10~50m, 넓이 1.5m, 높이 2m 크기로 제작돼 있는 것이 보통이다. 새바지 인공동굴은 T자로 길이가 50m에 달한다. 새바지 인공동굴을 지나오면 몽돌해변이 눈앞에 펼쳐진다. 현재 이곳은 외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코스로도 활용되고 있다.

■자연환경 품은 가덕도 갈맷길

   
외양포 포진지를 둘러보는 다크 투어리즘 참가자들. 강서구 제공
가덕도에는 갈맷길 5코스가 존재한다. 총 20.1㎞, 7시간에 달하는 이 구간은 천가교-천가초-소양보육원-연대봉-대항선착장-대항새바지-어음포-동선방조제-정거벽화마을-천가교 코스로 이어진다.

이 구간에서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 을숙도를 지나 낙동강 진우도와 대원군 척화비도 만날 수 있다. 연대봉에 올라서면 대마도가 보이고 남해까지 시원하게 뚫려 절로 힐링이 된다. 특히 어디서나 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갈맷길을 따라 가덕도 대구축제가 열리는 대항마을 일대도 감상이 가능하다. 가덕도 대구는 동해 대구가 겨울철 냉수 층을 따라 가덕까지 이동해 온 것에서 유래했다. 옛날 임금에게 진상할 정도로 맛이 좋은 대구는 지금도 가덕도 어부들이 매년 11월 말부터 1월 말 사이에 잡고 있으며 12월 중순에는 ‘가덕도 대구축제’를 개최해 가덕도 일대가 축제의 장으로 변한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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