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맷길 10년, 부산의 보행길
부산시는 시민사회와 국제신문 캠페인에 힘을 얻어 2009년 6월 ‘걷고싶은 부산’을 선포하며 갈맷길 조성을 본격화했다. 부산시는 부산 주요 지역에 ‘갈맷길 700리’를 조성했다. 9개 코스, 21개 구간, 총 연장 278.8㎞로 걷는 데만 91시간이 걸리는 방대한 둘레길이다.
지난해 남항대교~절영해변길~태종대를 잇는 3-3코스(13.7㎞)와 구포역~화명생태공원~화명수목원~금정산성 동문을 연결하는 6-3코스(11.3㎞)를 추가하면서 21개 구간이 마침내 완성됐다. 안내판과 이정표 등 안내시설과 편의시설, CCTV와 같은 안전시설 3만6556점이 갈맷길에 설치돼 안전하고 편리한 ‘부산 걷기’를 돕고 있다.
갈맷길과 함께 도심보행길도 각 구·군별로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모두 48개 도심보행길이 완성·운영 중이다. 동구 남선창고~망양로 구간의 ‘초량이바구길’(1.5㎞), 서구 남부민동을 걷는 ‘산복도로 생태바람길’(790m), 동래구 도시철도 수안역~동래읍성 북문을 잇는 ‘동래읍성 뿌리길’(2.3㎞), 해운대구 옛 동해남부선 폐선 구간을 걷는 그린레일웨이(9.8㎞)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별도로 시는 ‘누리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개발제한구역(GB)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자 정부가 시행하는 주민지원사업 중 하나로 보행길(누리길)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1코스 장산·구곡산길(34.3㎞), 2코스 기장·회동수원지길(30.8㎞), 3코스 기장철마길(37.0㎞), 4코스 금정산성길(44.0㎞), 5코스 서낙동강 수변길(36.4㎞) 등 총 다섯 코스 182.5㎞ 규모로 만들어진다.
갈맷길을 시작으로 지난 10년 동안 부산에 여러 보행길이 만들어졌다. 시는 갈맷길 조성 및 운영비 600억 원을 포함해 총 900억 원을 들여 기본적 인프라를 구축했다. 하지만 걷기를 시민생활화 할 후속 작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는 여러 보행길을 정비하는 용역을 시행하고, 갈맷길을 관광상품화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근 6·13지방선거 출마 부산시장 후보들에게 걷기 좋은 도시 부산을 만들기 위한 정책공약을 제안하고자 열린 토론회에서 스토리랩 수작 박창희(전 국제신문 대기자) 대표는 “시민운동으로 허남식 전 시장 때인 2009년 6월 부산시가 ‘걷고싶은 도시 부산’을 선포했으나 후속 작업이 거의 없었고, 2014년 7월에는 서병수 시장이 ‘보행친화도시 부산 원년’을 발표해 진일보한 면모를 보여주긴 했으나 역시 마스터플랜이 없고, 조직·예산·정책의지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민선 7기는 건강도시, 문화도시, 녹색도시, 미래도시를 포괄하는 개념의 ‘길의 도시, 걷는 부산’ 마스터플랜과 로드맵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걷기 르네상스 위해서는
전문가들은 부산은 ‘길의 도시’라 할 만큼 길 자원이 풍부하나 부산시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갈맷길 시즌 2, 즉 후속 작업을 위해서는 ‘보행길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부산시민걷기동호회, 소풍 가는 누릿길, 지역혁신사랑방 와지트, 스토리랩 수작, 지식문화연구소 리멘, 생명그물, 부산그린트러스트 등 시민·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길의 도시, 걷는 부산 시민위원회’는 걷기 르네상스를 위해 무엇보다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자전거) 중심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 없는 거리나 보행 전용 구간, 대중교통 전용구간을 확대하고, 걷는 데 불안과 불편을 없앤 ‘보행 혁신’을 바탕으로 ‘길의 도시, 걷는 부산’을 만들자는 것이다.
기존 테마거리나 특화골목을 ‘시간의 길’(원도심), ‘역사의 길’(동래·금정구), ‘평화의 길’(남구), ‘젊음의 길’(서면·경성대 앞 등), ‘자연의 길’(낙동강 하구) 등으로 손질해 ‘걷고싶은 거리’ 50곳을 조성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특히 부산역과 북항 재개발 지구를 연결하는 공중로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람브라스 거리처럼 도심 보행길로 명소화하고, 세종시 금강보행교 등을 모델로 낙동강 횡단 보행전용교를 설치해 순천만 못지 않은 생태자원을 가진 낙동강 하구를 세계적 생태 보행관광지로 키우자는 내용이다. 걷기꾼에 필요한 물 지도 랜턴 수건 등을 대여·판매하는 ‘워킹 터미널’을 청년 창업 개념으로 도입해 시가 시범사업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제주=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