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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일몰제로 ‘걷기 아시안게임’ 후 갈맷길 토막 날 판

위기의 갈맷길

  • 이선정 기자
  •  |   입력 : 2018-05-31 19:57:42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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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2020년 일몰제 시행

- 내년 ‘아시아 걷기총회’ 불구
- ‘길의 도시’ 도약에 발목 잡혀
- 이기대 등 6개 코스 13개 구간
- 대부분 사유지… 길 끊길 위기

# 전체 사유지 매입비 5조 추산

- 국공유지는 공원 재지정 추진
- 이기대·청사포·에덴공원 등 3곳
- 올해 추경 384억 편성 매입 중
- 찔끔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
- “공공채 발행 관련법 개정 필요”

내년 10월 ‘걷기의 아시안게임’으로 불리는 ‘아시아 걷기총회(ATC·Asia Trails Conference)’가 열리고 난 이후 갈맷길 일부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듬해인 2020년 7월부터 일몰제로 없어질 위기의 도시공원에 갈맷길 구간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 길꾼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국제행사를 열고도 ‘길의 도시’로서 도약하지 못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위기의 갈맷길은 어디

31일 부산시와 부산그린트러스트에 따르면 공원일몰제로 토막 날 위기에 처한 갈맷길은 모두 6개 코스, 13개 구간이다. 구간별로 보면 ▷1코스 봉대산·청사포·해운대공원(달맞이언덕 문탠로드) ▷2코스 이기대·동백공원 ▷3코스 함지골·자성대공원 ▷4코스 진정산·송도·암남공원 ▷5코스 눌차·가덕공원 ▷7코스 어린이대공원 등이다. 시민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숲길 산길 해안길 등 갈맷길이 일몰제 대상 도시공원의 많은 구간과 겹치는 셈이다.

도시공원 일몰제란 정부나 지자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했으나 20년이 넘도록 공원을 조성하지 않았을 경우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2020년 7월 공원일몰제가 시행되면 부산에서는 90곳, 총면적 57㎢에 해당하는 공원이 사라진다. 부산시는 2009년 ‘걷고싶은 부산’ 선포 이후 도시 곳곳에 ‘700리 갈맷길’을 9개 코스, 20개 구간, 총연장 278.8㎞ 규모로 조성한 바 있다.

갈맷길이 지나는 일몰제 대상 공원은 국공유지도 있으나 대부분이 사유지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공원일몰제 이후 지주가 사유권 행사를 위해 도로를 막으면 갈맷길은 중간중간마다 끊기는 ‘누더기 길’이 된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길꾼들의 모습이 보기 싫다며 제주올레 6코스 일부 구간을 폐쇄해 빈축을 산 일이 부산에서도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ATC 부산대회를 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연간 약 1500만 명이 찾는 갈맷길을 소중한 부산의 자산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욱 가치 있다는 점에서 부산시는 강도 높은 일몰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찔끔’ 예산으로 될까

부산시는 일몰제 대상 중 국공유지의 경우 공원으로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2020년 7월 도시계획시설 해제와 동시에 재지정을 추진 중이다. 국공유지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므로 환경 등 공익적 가치를 내세우면 재지정에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사유지다. 시는 공원일몰제에 대비해 올해 추가경정예산에서 384억 원을 편성했다. 대부분이 사유지를 매입하는 토지보상사업비로 사용된다. 올해 매입 대상은 이기대공원과 청사포공원, 에덴유원지 등 3곳이다. 이기대공원 사유지 매입비로는 150억 원, 청사포공원 150억 원, 에덴공원은 83억 원이 확보돼 매입 절차를 진행 중이다. 시는 이처럼 올해부터 도시공원 내 사유지를 조금씩 매입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갈맷길 등 주요 구간은 예산을 우선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체 대상 90곳의 사유지를 매입하는 데는 5조 원이 들 것으로 추산돼 ‘찔끔’ 예산으로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몰제 대상 모든 도시공원을 지방채를 발행해 사들인 서울시처럼 부산도 획기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부산시 이근희 기후환경국장은 “공원 부지에서 풀린다 하더라도 사람이 지나가는 길을 막지는 않겠지만 만약을 대비해 갈맷길 구간 사유지는 예산 확보로 우선 매입하도록 하겠다”며 “지방채 발행도 염두에 두지만 빚 규모를 줄이기 위해, 이율이 싼 공공채 발행을 통해 일몰제 사유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선정 기자

◇ 갈맷길 경유 일몰제 대상 도시공원 현황

공원명(코스)

위치·면적

봉대산공원(1)

기장군 기장읍 316만2140㎡

청사포공원(1)

해운대구 중동 30만4300㎡

해운대공원(1)

해운대구 우동 12만4740㎡

이기대공원(2)

남구 용호동 193만4145㎡

동백공원(2)

해운대구 우동 14만9678㎡

함지골공원(3)

영도구 동삼동 79만2812㎡

자성대공원(3)

동구 범일동 2만6702㎡

진정산공원(4)

서구 암남동 93만6444㎡

송도공원(4)

서구 암남동 10만6343㎡

암남공원(4)

서구 암남동 55만3277㎡

눌차공원(5)

강서구 눌차동 32만5930㎡

가덕공원(5)

강서구 동선동 505만6075㎡

어린이대공원(7)

부산진구 초읍동 494만7290㎡

※자료 : 부산그린트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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