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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완의 통일 내비게이션…지금 북한은 <3> 모란봉악단, 김정은을 말하다

김정은이 만든 평양의 걸그룹… 음악정치로 이미지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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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6-21 19: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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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2012년 창단·이름 지어
- 공연 내용까지 직접 지도 ‘애정’

- 짧은 치마·화려한 무대 조명
- 미키마우스·‘록키’ 주제곡 등
- 시범공연부터 파격모습 선봬
- 리설주와 함께 관람해 주목

- 죽기전 꼭 봐야할 공연으로 인기
- 과수원 방문·미사일 발사 등
- 국가 행사 연출 충성심 활용

2012년 7월, 세계는 한 장의 사진에 주목했다. 폐쇄국가로 알려진 북한에서 자본주의의 상징인 디즈니 캐릭터 인형이 공연무대에 등장했다. ‘세계명곡묶음’이라는 이름으로 ‘미키마우스’ ‘곰돌이 푸’‘백설공주’ ‘미인과 야수’ 등의 주제곡도 연주됐다. 북한은 미국을 ‘철천지 원수의 나라’로 규정하며 배척한다. 그런 북한이 미국영화 ‘록키’의 한 장면을 무대배경으로 연출하고 주제곡까지 연주한 것이다. 이전까지 제국주의 사상문화 침투를 단속하고 퇴폐적인 자본주의 문화를 엄격히 통제했던 북한당국의 파격적 변화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화려한 조명, 현대식 전자악기, 여성 단원들이 입은 짧은 치마와 어깨라인이 드러난 노출된 의상은 기존 북한 공연과는 분명 달랐다. ‘모란봉악단 시범공연’이라는 이름으로 처음으로 막을 올린 이 공연은 파격적이었다.
   
북한 걸그룹격인 모란봉악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시범공연 리설주 등장 주목

당시 이 공연을 주목한 또다른 이유는 바로 김정은과 함께 등장한 미모의 여인 때문이다. 김정은의 곁에서 당당히 걸으며 같은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여성…. 당시 남한 언론은 그녀를 ‘묘령의 여인으로 표현하며 김정은의 동생 정도로 추측했다. 그로부터 18일 후 평양 능라인민유원지 현지지도에도 동행한 그 여인은 김정은의 부인인 리설주로 확인되었다.


■김정은 아이콘 모란봉악단

   
북한 주민이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보고 있다.
북한은 모란봉악단의 등장을 “혜성처럼 나타나 첫 막을 올린 공연”으로 표현했다. 그야말로 모란봉악단은 김정은의 아이콘이다. 김정은은 모란봉악단 시범공연을 관람한 직후 “공연의 주제와 구성으로부터 편곡, 악기편성, 연주기법과 형상에 이르는 음악요소들을 기성관례에서 벗어나 대담하게 혁신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후 모란봉악단 공연은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녹화실황으로 중계되었다. 2012년 7월 창단 이후부터 6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모란봉악단의 위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사상전선의 제1나팔수’ ‘몇 천만 톤의 식량에도 비할 수 없는 거대한 힘’ ‘원수들이 무서워하는 백발백중의 노래폭탄’ 등은 모두 모란봉악단을 부르는 수식어들이다. 북한 주민들이 “죽기 전에 보고 싶은 공연”으로 꼽을 만큼 모란봉악단의 인기는 대단하다. 북한에서 가장 의미있고 특별한 날에는 반드시 모란봉악단이 무대에 오른다. 최근에는 화성14형 2호 성공발사를 축하하기 위해 전국 순회공연을 다녔다. 3개월 동안 190여 회나 공연을 개최했다며 선전할 정도다. 예술은 물론 전 분야에 ‘모란봉악단의 창조기풍을 따라 배우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김정은 모란봉 악단 직접 창단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담은 DVD.
평양판 걸그룹으로 불리는 모란봉악단은 김정은을 분석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다. 모란봉악단을 보면 분명 김정은이 보인다. 김정은이 직접 창단하여 이름까지 지어주었으며 공연 내용까지 지도한다는 모란봉악단은 단순히 예술단의 의미를 넘어선다. 김정은이 과수원을 현지지도하면 곧바로 그 내용을 담은 ‘철령아래 사과바다’라는 신곡이 모란봉악단을 통해 발표된다. 미사일 발사 성공 축하공연에서는 모형미사일이 무대 위에 연출되고, 배경화면에는 실제 미사일 실험 발사 장면이 연출된다. 모란봉악단 공연이 주목 받는 건 기존의 북한식 공연과 다른 내용과 형식 때문이다. 화려한 레이저 조명과 공연 성격에 따라 연출되는 무대 배경, 관객과 거리를 좁힌 무대 등은 악단의 상징이다.
가수와 연주자를 포함해 19명의 여성단원들로만 구성된 악단은 평양판 걸그룹으로도 불린다. ‘보란듯이’ ‘달려가자 미래로’라는 경쾌하면서 빠른 템포의 곡에 맞추어 춤을 춘다. 한국 걸그룹 처럼 웨이브가 있는 현란한 춤동작은 지금까지의 북한공연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전자악기 음악을 배경으로 화려한 조명이 무대에 쏟아지고 가수들은 웨이브가 들어간 춤을 춘다. 간주가 나올 때 연주자들에게 클로즈업 되는 카메라 앵글은 마치 록음악 콘서트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 같다.


■체제 선전과 충성심 높이기에 활용

모란봉악단은 김정은에 대한 새로운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선전도구다. ‘그이 없인 못살아’ ‘자나 깨나 원수님 생각’ ‘우리 어버이’ ‘인민이 사랑하는 우리의 령도자’ 등은 김정은을 직접 찬양하는 대표곡들이다. 북한 문화예술은 음악정치로 표현될 만큼 체제선전과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 고양 등을 목적으로 한다. 김정일은 “음악은 정치에 봉사해야 하며, 정치가 없는 음악은 향기가 없는 꽃과 같고 심장이 없는 정치와 같다”며 음악정치를 강조했다. 김정은 역시 김정일의 음악정치를 이어받아 “열린 음악정치”를 강조한다.

권력 승계 당시 20대 후반에 불과한 지도자에 대한 불신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새롭고도 과감한 변화를 통해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자본주의 날라리풍’으로 단속의 대상이 되었던 노래들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연주될 수 있었던 배경을 소개하고 있다. 대중가요를 잘 모르던 가수들이 어떻게 노래를 부르고 연주해야 할지 잘 모를 때 김정은은 “가수들의 눈과 귀를 틔워야 한다”며 직접 지도했다고 한다.


■젊은 지도자의 파격 운영

실제로 북한 주민들은 겉으로 보이는 파격적 변화가 지도자가 젊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인식했다. 중국에서 만난 북한주민은 “그전에 여자들은 다 꽁꽁 싸매고 다녔는데, 이제는 다 내놓고 나오니. 그게 다 젊은 지도자가 나오니까 가능한 거야. 그전에는 어림도 없지”라고 말한다. 또 다른 주민 역시 “예전의 장군님(김정일을 의미) 계실 때 은하수악단과는 형식이 다르고 하니까. 모란봉악단이 더 낫다고 이야기 하지. 많이 기대되고….”

한편, 모란봉악단의 인기와 더불어 북한에서는 ‘청봉악단’이라는 또 하나의 악단이 탄생한다. 청봉악단 역시 모란봉악단과 같이 김정은의 지시로 결성되었고 그 이름까지 직접 지어준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때 강릉과 서울에서 열린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을 기억할 것이다. ‘J에게’를 부른 가수 김옥주 만 모란봉악단 소속이고, 나머지 4명은 청봉악단 소속 가수들이다.

항일무장투쟁의 혁명성지로 기념되는 청봉지역의 이름을 따서 ‘청봉악단’이라 불린다. 북한 노동신문에 따르면 청봉악단은 “왕재산예술단의 실력있는 연주가들과 모란봉중창조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던 가수들이 망라되었다”고 한다. 2015년 7월에 결성되어 한 달 뒤인 8월에는 러시아 초대공연을 다녀왔다. 10월에는 만수대인민극장에서 당 창건 70주년경축 공연을 개최했다. 당시 노동신문에는 ‘온 나라 천만군민이 커다란 기대와 관심속에 기다리고 기다려온 청봉악단이 인민의 이름으로 빛나는 문화예술의 전당 인민극장에서 첫 공연의 막을 올렸다’고 소개한다.

   
이처럼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은 김정은 시대 음악정치의 상징이다. 최근 북한 내부로 확산되고 있는 남한 영화, 드라마, 가요 등 대중문화의 확산은 엘리트를 비롯한 권력 상층부는 물론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노래나 영화는 사상만 있고, 남한 노래와 드라마는 사랑을 이야기 한다”는 표현처럼 북한 주민들은 남한 대중문화를 통해 새로운 생활에 대한 동경, 생활과 자유, 경제적 가치 등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새로운 문화와 정보에 노출되는 북한 주민들에게 기존방식의 일방적인 통제와 강압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식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모란봉 악단 공연을 통해서 보듯 김정은의 지향점은 ‘새 세계의 요구에 따른 변화’라는 것이다. 김정은의 ‘세계를 향한 새로운 도전과 분발’이 문화예술분야를 넘어 과감한 개혁개방 조치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부산 하나센터장·동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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