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교단일기] 선생노릇의 무게

장애학생·특수아동이 아닌 함께하는 학교로 변했으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6-25 19:08:33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을 ‘선생노릇’이라 말한 시인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나이다. ‘곧 그만 둬야지’ 하며 시작한 이 ‘노릇’이 훌쩍 20년을 넘어섰다. ‘인간을 다시 생각하고, 선생을 다시 생각하고, 세상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일이 선생 노릇이다’ 라는 시인의 말이 시간의 무게만큼 무겁고 무겁기만 하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특수학교이자 다행복학교다. 교사 앞에 특수, 다행복학교라는 이름표는 자주 설명해야 하고 낯선 시선을 견뎌야 한다. 특수하고 특별하다는 것은 일단 불편하다. 하지만 세상으로부터 느끼는 불편이라는 이 감정은 내가 선생노릇을 시작하면서 만난 아이들이 함께 느끼는 익숙한 감정이었다.

배움이 느린 아이, 배움에 품이 좀 더 필요한 아이는 특수아동, 장애학생이라는 이름표를 받는다. 세상은 이들을 특별하다 규정하고는 아이를 혼자 배우게 한다. 교육현장은 이를 두고 분리교육이라 부른다. 장애인의 사회통합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혹 격리를 찬성한다 해도 그 생각과 말은 일기장에나 써야지 소리 내어 말하면 분명 대거리가 생기는 일이다. 하지만 교육의 분리는 암묵적인 강요로 아이는 결국 혼자 배운다. 사람들은 배울 수 있는 것을 특별하게 구조화시켜 혼자 배우게 하는 것이 수월하다고 말한다. 세상에서는 당연한 일을 학교에서는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분리교육은 교사도 혼자 가르치게 한다. 아이들의 삶과 변화에 대해 혼자 결정하고 행하고 기다려야 한다. 분리된 공간에서 분리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협력할 대상은 설명해야 할 대상일 경우가 많다. 협력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 혼자 있는 세상을 깨는 일이다. 세상을 깨나가는 일에 아이들처럼 특수교사도 시간과 품이 상대적으로 더 필요하다.

다행복학교에서 근무한 지 올해로 4년째다. 그 시간 동안 교육 학교 동료 민주주의를 다시 만났다. 왜곡되고 설익고 오만하고 부끄러운 ‘선생노릇’하는 나의 민낯을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돌아보면 성장통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된 선생노릇 하라고 대박을 맞은 느낌이다. 선생노릇 제대로 하려 이제 설명과 낯선 시선을 불편해하지 않는다. 누가 당신이 가르치는 아이는 누구냐 라고 묻는다면 혼자 배우기 힘든 아이들, 혼자 가르칠 수 없는 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학교라는 공간은 누구에게나 안전한 공동체가 되어 혼자 배우게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의 성장이 뭉근하게 일어나고 꽃씨가 터지듯 이곳저곳에서 툭툭 터질 수 있다. 뭉근함을 기다리는 일, 툭툭 터지는 씨앗의 흩어짐을 사방에서 살피는 시선이 ‘동료 교사’라는 이름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는 이 모든 변화를 혁신학교인 다행복학교에서 배우고 만났다. 개인적으로 혁신학교에 근무했던 때와 아닌 때로 나눌 만큼 기적과 같은 변화와 성장을 경험하게 됐다. 부산교육의 방향키를 잡고 있는 김석준 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했다. 다행복학교에서 헌신한 교사들의 눈물과 땀이 교육감의 당선에 영향력을 미쳤다는 것이 앞으로 부산교육의 정책과 방향에 어떤 의미가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혁신학교라는 국가적 의제를 부산지역에서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분명하다. 새는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무시한 채 직선으로만 날 순 없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조직은 리더가 어떤 결정도 하지 않는 것이다. 교육감은 학교 변화를 향한 방향키를 좀 더 무겁게 잡아주길 바란다.

류현주 부산혜성학교 교사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2. 2“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3. 3[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4. 4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5. 5[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6. 6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7. 7“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8. 8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9. 9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10. 10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5. 5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6. 6[2026 국감 브리핑] 박홍배 “국회부산도서관 지역서점 구매 0.3%”…제도 개선 필요
  7. 7‘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8. 8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9. 9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10. 10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1. 1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2. 2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9. 9‘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10. 10의료AI 신기술 총망라 ‘키메스 부산’ 23일 개막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5. 5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6. 6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7. 7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8. 8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우리은행
끝나지 않은 '석면 공포'
구·군 일손 적고 주인 자비부담 꺼려…슬레이트 철거 하세월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광안리 해변 보행공간 개선…구 차원 추가 캐시백 검토중”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