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단체 “9월 내에 재건립”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인근 노상에 설치됐다가 행정대집행으로 남구 일제 강제동원역사관에 놓이게 된 노동자상. 이 노동자상이 지난 5월 1일부터 진행된 설치 시도와 행정대집행 등 과정에서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원제작자가 보수에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시민단체는 동구 등 기관의 책임을 물었다.

부산 일본영사관 인근에서 강제철거된 강제징용노동자상이 한 달 넘게 부산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임시로 보관됐다가 4일 오전 역사관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날 노동자상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에 반환됐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좌대 곳곳이 깨지는 등 손상 정도가 심합니다. 무엇보다 600㎏에 달하는 상과 좌대의 균형이 깨져 끄덕대고, 방치하면 정도가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노동자상을 제작한 김서경 작가는 4일 국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작가는 지난 3일 부산을 방문해 역사관 1층 울림의 방에 보관된 노동자상 상태를 살폈다. 눈으로 봤을 때는 직접 손상을 알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김 작가는 “제작 당시 상과 좌대 사이에 볼트 2개를 집어넣어 에폭시로 접착했다. 그런데 물리력에 의해 거칠게 이곳저곳 옮겨지는 동안 접착 부위가 손상되는 바람에 상이 끄덕거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세한 것은 경기에 있는 작업장으로 옮겨 크레인으로 상을 올려 봐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에는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비용은 현재 예상하기 어렵다.

노동자상 건립 주체인 적폐청산부산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4일 역사관에 놓인 노동자상을 김 작가의 작업실로 옮겼다. 손을 떠난 작품에는 말을 아끼는 김 작가지만, 이번 사태에는 “소녀상 77점과 노동자상 4점을 제작했는데 유독 부산에서만 작품이 철거되거나 파손됐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적폐청산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동구의 책임을 묻는 한편 노동자상 재건립 의지를 밝혔다. 운동본부 김병준 집행위원장은 “노동자상이 행정대집행 등 과정에서 손상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비용 책임을 동구가 져야 한다”며 “수리를 마친 노동자상을 9월 안에 일본 영사관 앞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