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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완의 통일 내비게이션…지금 북한은 <4> 화장하는 북한 여성

개성고려인삼 한 뿌리 든 北 화장품, 리설주도 바를까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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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7-05 18: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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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이어 김정은까지
- 北 화장품 ‘금강산’ ‘은하수’
- 공장·판매 현장 자주 찾고
- 생산·개발 유독 독려하기도

- 사회주의 건설 한 축인 여성
- 경제활동·생산 참여 유도하고
- ‘인민 생활 향상’ 지도자로 선전
- 수출용엔 최신기술 자랑 수단
- 홍보 불구 비싸 북 여성 외면

‘북한여성’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북한에서 여성은 ‘혁명의 한쪽 수레바퀴’라 불린다. 북한 당국은 여성을 사회주의 국가 건설의 한 축이라며 경제활동 참여를 강요한다. 지금까지 북한 여성을 바라보는 인식은 대부분 여성의 삶을 국가 체제와 사회라는 틀 안에서 다루었다. 배고픔과 굶주림, 혁명 여성, 현모양처 등 이미지 속에서 여성 개인의 자아와 아름다움의 실현은 금기시했다. 하지만 북한 여성 역시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안고 산다. 국내 입국 탈북민 가운데 70% 이상이 여성이다. 이들은 북한에서 젊은 여성은 미용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10월 29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화장품 공장 시찰 장면.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이 공장에서 생산한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北 화장품 산업 육성정책

북한 당국은 ‘인민 생활 향상’이라는 정치 선전을 극대화하기 위해 화장품 생산과 개발을 독려한다. 김정은이 직접 화장품 공장을 방문해 여성의 취향을 고려한 여러 종류의 화장품 개발을 지시할 정도다. 그렇다면 북한 여성에게 화장품은 어떤 의미일까? 북한 당국이 화장품의 생산과 개발을 독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을 대표하는 화장품회사는 ‘신의주 화장품공장’과 ‘평양 화장품공장’이다. 두 화장품 공장은 사회주의 경쟁 열풍이라는 취지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신의주 화장품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봄향기’라는 상표(브랜드)다. 이 곳은 예전부터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주 현지 지도한 곳이다. 봄향기는 북한 내수용과 수출용으로 구분한다. 살결물(스킨), 물크림(로션), 머리영양제 등 구성이 다양하다. 최대 7종의 화장품을 생산한다. ‘금강산’과 ‘개성고려인삼화장품’이라는 브랜드를 추가한 제품은 주로 수출용이다. 내수용이 신의주 화장품공장을 표기하는 반면, 수출용은 ‘조선봄향기합작회사’의 상표로 판매되며 제품 설명을 영어로 표기한 게 특징이다.
조선봄향기합작회사로 표기된 ‘금강산’ 상표 제품은 포장용기, 주원료, 기술방식 등이 다른 제품과 차이가 있다고 강조한다. 제품 겉면에 ‘금강산화장품은 세계적으로 약효 성분이 뛰어난 개성고려인삼을 주원료로 하고, 천하제일명산 금강산에서 샘솟는 맑고 깨끗한 물과 희귀한 천연식물 30여 종의 추출물, 최신 과학기술에 기초해 만든 조선의 이름난 화장품’이라 쓰여 있다. 또한 ‘피부신진대사를 활성화하고 노화를 방지하며 피부 탄력강화, 뚜렷한 미백 작용, 주름 방지, 보습 효과가 뛰어나 젊음을 되찾고 아름답게 가꾸어 주는 다기능성 화장품입니다’라고 표기돼 있다. 한 마디로 개성고려인삼이 주원료임을 강조하는데, 실제로 인삼 한 뿌리를 통째로 용기에 담았다. 봄향기합작회사는 화장품 외에도 미안막(마스크팩) 아이크림 비누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특히 최근에는 자외선방지크림과 미백작용을 한다는 BB크림까지 생산한다. 한편, 평양 화장품공장은 ‘은하수’ 상표를 사용한다. 2015년 2월 김정은이 동생 김여정과 함께 방문할 만큼 각별한 관심을 쏟는 곳이다. 당시 김정은은 “우리 인민이 외국산보다 은하수 화장품을 먼저 찾게 하고 나아가서는 은하수 화장품이 세계 시장에도 소문이 나게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정은의 인민생활 향상 선전장

   
BB크림, 미안막(마스크팩), 세면크림 등 북한에서 최근에 생산된 화장품들.
김정은 방문 이후 평양 화장품공장의 성과에 대한 내용은 노동신문을 통해 지속해서 선전된다. 2016년 3월 17일 자 노동신문은 ‘화장품공업 발전을 추동할 불같은 열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원수님의 강령적 가르치심을 높이 받들고 우리나라 화장품의 본보기, 표준으로 될 수 있는 새 제품을 내놓기 위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성과 때문이었을까? 2017년 3월 평양 화장품공장은 인민경제계획을 모범적으로 수행한 공로로 사회주의 경쟁 공동 순회 우승기를 수여했다.

북한 당국은 화장품의 원료 및 재료의 국산화를 통해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인민의 취향과 여성의 요구를 반영한다고 말한다. 김정은 시대에 ‘원료의 국산화’ ‘현대화’ ‘정보화’ 등의 교시가 제시됨에 따라 두 화장품공장은 이를 관철하기 위한 활동에 열을 올린다. 세포 줄기나 천연재료 등을 통해 원료의 국산화를 도모했다고 자랑하는가 하면 생산 공정의 현대화, 정보화를 통한 무인화를 대대적으로 선전한다. 김정은이 “화장품을 여성의 기호에 맞게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시를 내리자 신의주 화장품공장에서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화장품 개발을 성과로 내놓았다. 이처럼 북한의 화장품공장은 김정은의 인민생활 향상의 정치적 선전을 달성하는 선전장으로 활용된다.

■외면받는 북 화장품 왜

북한에서 상표는 사상·문화적 가치가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비자의 욕구가 중시되는 자본주의 체제와 달리 북한에서의 상표는 국가가 주입하고자 하는 사상성이 담길 수밖에 없다. 북한 당국은 “상품 소비자의 사상·감정과 문화적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상표는 아무리 경제적 가치가 크다고 해도 결코 공감을 살수 없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사상성을 모범적으로 표현한 상표가 바로 ‘금강산’ ‘봄향기’ ‘은하수’ ‘미래’ 등 화장품 상표라고 치켜세운다.

그런데 북한 당국의 선전과 달리 실제 북한에서 생산된 화장품을 사용할 수 있는 계층은 제한적이다. 한 탈북민은 북한에 있을 때 “텔레비전 보도를 통해 김정은이 평양 화장품공장을 방문하고 새 제품을 생산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특별히 관심은 없었어요. 그 상품을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는 아예 생각조차 안 했어요”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생산한 봄향기보다 오히려 한국서 생산한 화장품의 가격이 더 저렴하다는 증언도 있었다. 2016년 탈북한 20대 여성은 “봄향기는 잘 사용하지 않았어요. 국경 연선에서 살았는데 한국 화장품이 오히려 더 싸요. 한국산 화장품이 봄향기보다 구하기 더 쉬워요. 가짜가 많아서 우리가 있는 국경까지 올 수가 없어요”라고 말한다.

한국 영상물의 북한 유입으로 인해 간접적으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접경을 통해 밀수로 들어가는 한국산 화장품은 북한에서 인기다. 최근 북한에서는 결혼할 때 전문적으로 신부화장을 받기도 한다. 한국에서 웨딩촬영과 같은 형태로 사진을 찍을 때 신부화장을 한다. 가격은 50달러부터 100달러까지 다양한데 한국식을 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어느 탈북민은 “드레스 입는데 반드시 화장을 제대로 해야지요. 이제는 남조선식이 돼서… 한국식으로 따라하면서 생각들이 많이 바뀌었어요”라고 말한다.

   
북한에서 화장은 개인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적영역과, 국가의 통제와 규율화를 위한 공적영역의 행위다. 북한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한 탈북민은 립스틱을 진하게 바르면 비사회주의 행위로 단속된다는 말을 했다. 학교 다닐 때는 화장에 신경 안 썼지만 간호학교에 들어가니 담당 선생님이 ‘여자는 화장을 해야 한다. 여자로서 지켜야 할 도덕’이라고 말해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화장을 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의도하는 정치적 ‘선전’에 대해 북한여성이 어떻게 인식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실제’ 사이의 간극을 주목해야 한다. 굳이 사족을 달자면 북한에서 태양은 최고지도자를 상징하는 숭배의 대상이다. 선크림은 따가운 태양으로부터 나오는 자외선을 차단해서 피부를 보호하는 제품이다. 태양으로 모신다는 최고지도자의 ‘따스한 햇살’을 차단하는 선크림은 북한에서 다소 생뚱맞다. 죽은 사람을 ‘태양’으로 우러르는 것이 아니라 선크림이라는 단어가 일반화 되는 것, 그게 바로 정상국가일 것이다.

부산 하나센터장·동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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