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도구 “불통에 지역민 불만”
- 주민도 “존재 필요성 못 느껴”
- 작가들 “월세 뛰니 내쫓는 것”
- 젠트리피케이션 피해자 호소
‘한국의 소살리토’로 불리는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데 공헌한 예술작가의 모습을 이제 더는 볼 수 없다. 9일 현재 작업실은 텅 비어 있고 일부 짐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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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객이 9일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
영도구는 총 7곳의 입주 작가 작업실 중 3곳은 지난달 건물주가 무상 임대계약을 해지했고, 나머지 4곳은 2021년까지 임대 기간이 남아 있지만 주민과의 소통 문제로 입주 작가와 입주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흰여울마을이 오늘날과 같은 ‘핫 플레이스’가 된 것은 2011년으로 거슬러간다. 영도구는 폐·공가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흰여울마을에 지역의 예술가를 입주시켜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살리토 같은 예술인 공간을 조성했다. 건물주로부터 무상임대를 받아 절영로 해안길 천혜의 경관을 바라보며 미적 영감을 발휘하도록 작업 공간을 마련해준 것이다. 구는 작가들의 개인 전시회 홍보비도 지원했다.
입주작가들은 매년 전시회를 열고 연 4회 목공예와 그림 수업과 같이 지역민을 위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개최하며 흰여울마을의 문화 첨병으로 활약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2016년부터 개최된 부산원도심골목길축제에 개인전과 단체전을 열며 흰여울마을의 관광객 유치에 일조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흰여울마을은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그럼에도 사태가 이렇게 치닫게 된 원인으로 젠트리피케이션과 작가와 주민 간의 소통 부재가 꼽힌다. 그동안 마을이 명소가 되면서 임대료와 집값이 급등했다. 한 입주작가는 “문화원 측이 주민과 불통을 이유로 들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이 원인이 돼 쫓겨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흰여울마을을 위탁 관리하는 영도문화원의 한 관계자는 “입주작가들과 지역 주민 사이에 소통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주민의 불만이 쌓여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을공동체 소속의 한 주민 또한 “입주작가와 주민 간 교류가 활발하지 못해 작가들이 마을에 있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거들었다. 문화원 측은 작가들이 떠난 자리에 외부 예술인단체와 협력해 주민이 참여하는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신설하거나 주민 스스로 사업을 벌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입주작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주작가는 “전국 지자체가 앞다퉈 지역사회의 문화예술인들을 육성시키려고 안간힘을 쓸 정도인데 왜 영도구는 이러한 흐름과 상반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의아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사업 시작 전 상생 계약을 맺는 예방 조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대 우신구(건설융합학부)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 외에도 행정이 주도한 사업이라 주민과 작가 간 소통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유명해진 마을의 운명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