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복도로 위치 아름다운 야경
- 잇단 드라마 촬영에 명소 부상
- 외지인 몰리며 소음 등 시달려

- 주민협의회, 세트장 위치 옮기고
- 공용마대 지원받아 마을 청소 등
- 불편 최소화한 관광 활성 노력

최근 드라마 등 TV 콘텐츠에 자주 등장해 유명세를 탄 부산 부산진구 범천2동 호천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 ‘투어리즘 포비아’(유명해진 관광지 원주민이 관광객을 기피하는 현상)를 떨쳐내고 있다. 마을협의회는 관광객이 몰리면서 생기는 문제를 해소하는 데 팔을 걷었고, 관광 수요로 마을 수익을 올릴 방안도 구상한다.

지난 12일 부산 부산진구 범천2동 만리산 공영주차장 옥상정원에서 관광객들이 호천마을 야경을 사진에 담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지난 12일 오후 7시30분 부산 부산진구 범천2동. 750가구 약 1500명이 사는 17~20통 산복도로 마을은 ‘호천마을’로 불린다. 이곳에선 맞은편 동구 범일동까지를 포함한 부산 산복도로의 아름다운 야경을 조망할 수 있다. 이날도 야경 ‘인증샷’을 위해 저녁 시간 마을을 방문한 관광객을 여럿 마주칠 수 있었다. 이 마을은 최근 유명세에 따른 투어리즘 포비아를 차근차근 극복해가고 있다. 호천마을에선 지난해 KBS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 이어 1년 사이에 JTBC와 OCN, 외국 방송사의 영상 촬영이 다섯 차례 이뤄졌다. 지난해 여름 최고 시청률 13.8%를 기록했던 ‘쌈, 마이웨이’에서 주인공들이 자주 회동하던 산복도로 배경의 엄광로 495번길 2층 옥상집은 이미 사진 명소가 됐다.

마을에 외지인이 몰려들기 시작한 건 지난해 여름부터다. 공식 집계는 없지만, 호천마을 카페 ‘끄티’에선 하루 1만5000원이던 1000원짜리 커피의 매출이 25만 원(17배)까지 오를 정도였다. 문제는 밤낮 없이 관광객이 몰리면서 조용하던 마을에 전에 없던 소음과 주차 등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일부 관광객은 촬영 주무대로 이용됐던 2층 주택의 옥상에서 술을 마신 뒤 쓰레기를 투기한 채 사라졌다. 이 옥상 입구엔 ‘밤 9시 이후 출입하지 말아달라’는 호소문이 붙기도 했다. 방송 촬영을 뿌듯하게 지켜보던 주민들 사이에선 불만이 싹텄다.

이런 문제는 호천마을주민협의회의 젊은 회장인 강재성(43) 씨가 나서면서 조율되고 있다. 산복도로 토박이인 강 회장은 5년째 마을주민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민가 옥상에 설치돼 늦은 밤까지 관광객을 불러모았던 드라마 세트장을 약 30ｍ 거리의 또 다른 야경 명소인 만리산 공영주차장 옥상으로 옮겼다. 협의회가 동 주민센터에서 공용 마대를 지원받아 마을 청소에 나섰고, 지금은 방송사 측과 주민 불편이 가장 적은 시간대의 촬영 일정 등을 논의하는 창구 기능도 맡고 있다. 강 회장은 “고향 마을이 유명해지면서 겪는 문제를 주민이 직접 해결하면 좋겠다고 여겨 활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마을기업 등 형태를 통해 늘어난 관광 수요를 마을 수익으로 흡수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진구가 호천마을의 관광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어 협의회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호천마을의 관광 자원을 개발하는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에서 따낸 국비 8000만 원 등 1억6000만 원을 들여 오는 10월 안에 완료된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사업 과정에서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마을협의회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