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식시간 없이 9시간가량 근무
- 하루 최대 300개 그늘 만들다
- 화상·근육통·무릎 고통에 신음
- 선크림 발라도 폭염탓 효과없어
- “추억쌓기 일조 뿌듯함에 버텨”

여름철 인파가 몰리는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어딜까. 파라솔 아래 그늘이 유일하다. 누군가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는 뙤약볕에 기운을 불사를 수밖에 없다. 해운대구장애인협회 파라솔 대여소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는 김한빈(19) 씨를 통해 파라솔 설치 작업의 애환을 들어봤다.

15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파라솔을 정리하고 있는 김한빈 씨. 서정빈 기자

낮 최고기온이 35도에 육박하는 15일 오후 2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20만 명의 피서객을 품고 있는 백사장에는 수천 개의 파라솔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17개의 사업소에서 각각 최대 300개의 파라솔을 관리한다. 대부분 해가 떠오르기 전 파라솔 150개를 설치한 뒤 추가 손님에 따라 나머지 150개의 파라솔을 설치한다. 해가 뜨고 나면 가혹하리만치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일해야 해 생긴 나름의 노하우다.

장애인협회 파라솔 대여소에서 만난 김 씨는 밀려드는 피서객을 위해 파라솔을 설치하고 있었다. 모자 선글라스 스카프 등으로 중무장했지만 그의 피부는 보기 좋은 구릿빛을 넘어 시꺼멓게 물들고 있었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장장 9시간을 뙤약볕 아래에서 손님을 맞는다. 해수욕장이 전면 개장한 지난 1일부터는 주말도 없다.

파라솔 설치는 모래사장에 파라솔을 꽂으면 되는 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나름의 경험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먼저 눈썰미로 파라솔 간의 거리를 살펴 알맞은 지점을 선정한다. 그다음 파라솔을 70㎝만 박는다. 파라솔 간 간격과 높이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힘을 섬세하게 조절하면서 파라솔을 돌려 알맞은 깊이에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 너무 얕으면 바닷바람에 파라솔이 뒤집혀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깊으면 피서객이 사용하기에 불편할 뿐 아니라 그늘의 면적도 좁아진다.

일당으로 10만 원을 받는 김 씨에게 친구들은 “고수익 ‘꿀’알바 아니냐”며 부러움을 표시하지만 그는 매번 고개를 젓는다. 김 씨는 “1시간에 한 번씩 선크림을 발라도 온몸이 새까맣게 탄다. 심한 날에는 손등이나 목 부위의 피부가 벗겨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파라솔 대여소 김용범 사업단장은 “일을 끝내고 정신을 차려보면 화상을 입은 피부가 따끔거린다”며 “하루 10시간씩 모래 위를 걸으면서 양다리에 알이 박히고 무릎도 성할 날이 없다”고 김 씨의 말을 거들었다.

김 씨를 포함해 5명의 직원이 하루에 소비하는 물은 500㎖ 생수병으로 70통에 달한다. 1인당 하루에 7ℓ의 물을 마시는 셈이다. 오후 3시에 이 많은 물이 동이 날 때도 있다. 김 씨는 “몸은 힘들지만 많은 사람이 해수욕장에서 즐거운 추억을 갖고 돌아가는 데 일조했다는 뿌듯함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