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 “소송 우려 허가내줘야”
- “건축법 개정 등 제도보완 필요”
주상복합건물 앞뒤로 바짝 붙여 오피스텔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주민 생활권이 침해받게 됐다. 하지만 상업지역은 건물 간 50㎝ 이상만 떨어지면 된다는 규정에 발목을 잡혀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2일 부산 동래구 온천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아파트 2m 앞에서 오피스텔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철거공사 당시 순간 소음은 92㏈까지 올랐다. 입주자 대표 정여진(36) 씨는 “며칠 전까지는 방진망도 설치되지 않았다. 신축 현장 2층 공사현장에서 우리 집 내부가 들여다보여 불안했다”고 토로했다. 완공이 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10층짜리 오피스텔이 완공되면 14층 주상복합 건물의 저층 주민들은 햇빛을 보기조차 어렵게 된다. 심지어 주상복합 건물은 4베이 구조로 거실과 방 3곳 모두 남쪽으로 향하고 있는데 건물이 들어서면서 시야를 완전히 가리게 된다.
이 같은 ‘근접 건축’이 가능한 것은 주거지역에서는 일조권이 보장되지만 상업지역에서는 아예 조항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건축법 61조에서는 주거지역 내 건축물 높이가 9m 이하일 때 건물 간 이격거리는 1.5m로 규정됐다. 건축물 높이가 9m가 넘으면 건물 높이의 2분의 1이다.
하지만 상업지역에서는 민법 242조 1항에 의해 옆 건물에서 50㎝ 이상만 띄우면 얼마든지 새로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동래구에는 현재 건축과 관련해 접수되는 민원서류만 하루에 10건 이상이며 민원성 전화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하지만 담당 구청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자칫 민원을 의식해 건축허가를 반려했다가 소송에 휘말리면 승소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앞서 2015년 사하구가 하단동에 신청한 지상 17층 건물의 건축신청을 반려했다가 2016년 8월 대법원에서 패소한 사례도 있다. 동래구 관계자는 “법과 절차를 위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가 나설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상업지역에서도 건물의 일조권 보장을 위해 건축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산대 서정렬(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축심의위원회를 보다 꼼꼼하게 여는 한편 상업지역 건축 인허가에 열리지 않는 경관심의위원회도 개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ca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