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지사 “진실 특검 돼달라”

- 시연회·인사청탁 모두 부인

- 지지자들·보수단체 충돌도

6일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운명을 좌우할 긴 하루였다. ‘드루킹’ 김동원 씨와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 지사가 허익범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밤샘 조사를 받았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9시26분 서울 강남역 인근 특검 사무실 앞에 설치된 포토라인에 섰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저도 국민도 특검이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주길 기대하고 있다”며 “정치적 공방이나 갈등을 확산시키는 정치 특검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진실 특검이 돼주길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댓글 조작 시스템 ‘킹크랩’의 시연회를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드루킹에게 지난 6·13지방선거 도움을 요청했다는 의혹과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지사 소환은 특검이 출범한 지 41일 만이다. 수사 종료가 19일밖에 남지 않은 만큼 특검은 이번 소환조사에서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하려고 총력을 기울였다. 도정 공백을 초래할 수 있어 현직 도지사를 재소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조사는 7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이날 김 지사의 신문은 영상조사실에서 진행됐으며, 특검 수뇌부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김 지사는 2016년 11월 드루킹이 운영한 경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댓글 조작 자동화 시스템인 ‘킹크랩’의 시연회에 참관하고 댓글 조작 활동을 묵인·지시한 혐의(컴퓨터 장애 등 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특검은 드루킹 일당의 진술과 드루킹의 USB(이동식 저장장치) 등에서 확보한 물증을 토대로 이런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드루킹에게서 “선플 운동을 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뿐 댓글 조작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양측 주장이 맞서지만 시연회 CCTV 등 핵심 물증은 없어 이날 조사는 ‘진실 공방’으로 흘렀을 가능성이 크다. 조사에는 검사와 수사관 각 1명이 참여했고 김 지사 측은 변호사 4명이 교대로 입회했다.

특검은 김 지사가 2017년 12월 드루킹에게  6·13지방선거를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대가로 일본지역 고위 외교공무원직을 제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적용했다. 하지만 댓글 조작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댓글 조작을 매개로 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 특검은 그간 확보한 조사 내용과 김 지사의 진술이 평행선을 달리면 증거 인멸 가능성을 고려해 신병 확보에 나서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김 지사가 출석할 때 지지자들은 ‘특검을 특검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장미꽃을 던지며 김 지사를 응원했고, 보수단체는 “김경수를 구속하라”고 외치는 등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났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