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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완의 통일 내비게이션…지금 북한은 <8> 통일의 눈으로 다시 본 부산

전쟁의 아픔 고스란히 남아… 통일의 콘텐츠로 살려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12 18:55:02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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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깎아 층층이 만든 감천마을
- 묘지 위가 집이 됐던 비석마을
- 피란민의 고단한 삶이 녹아있다

- 전후 복구 주축 깡통·국제시장
- 부침개 한 장에 시간여행 온듯
- 헤어진 가족을 오늘은 만날지
- 실향민의 희망이었던 영도다리…

- 통일문화관 조성·브랜드 작업 등
- 일상 속 남북 화합의 공간 만들자

분단 70여 년의 아물지 않은 상처는 곳곳에 전쟁의 흔적을 남겨 놓았다. 한국전쟁은 우리에게 잊힌 역사인가? 전쟁 관련 유적지와 흔적은 무관심 속에 방치된다. 어쩌다 지역 문화관광상품으로 재구성되지만 통일과 관련 없는 상업적 상품으로 이내 변질된다. 우리 주변에 산재한 전쟁 관련 흔적을 찾고, 이를 통일문화콘텐츠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통일 찾기의 최적지는 바로 부산이다.
부산과 영도를 이으며 전차와 사람이 오가던 영도다리는 6·25전쟁으로 생겨난 피란민에게 희망의 장소였지만 실향민이 가족을 만나기 위한 약속 장소로 정하면서 눈물의 다리가 됐다.
부산은 사계절 내내 축제가 끊이지 않는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의 또 다른 가치는 바로 한국전쟁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제2의 도시이자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은 통일을 이야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부산은 한국전쟁 당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대한민국 최후의 방어선이었다. 전후 한국 경제 재건의 밑바탕이 된 곳도 바로 부산이다. 어쩌면 부산은 통일을 위한 마지막 보루로 지켜진 땅일지도 모른다. 그저 아래로 서글프게 떠밀려온 피란의 종착지였다면 이제 통일을 향한 출발지가 되어야 한다. 지역에 산재한 분단의 유적을 과거와 기억에 묻어두지 않고 산 역사의 장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1023일의 애환과 슬픔

영도대교와 부산항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부산 중구 40계단은 하염없이 가족을 기다리던 곳이다. 아코디언 연주자 동상에서 고향을 잃은 한 나그네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임시수도기념관을 오르는 계단에는 피란길에 나선 가족의 동상이 있다. 웃음기 없이 애환을 오롯이 간직한 표정 속에서 전쟁 중 힘겹게 이어가는 삶의 한 자락을 엿본다. 잔뜩 겁먹은 슬픈 표정의 아이와 달리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어깨 위 둘러맨 짐만큼이나 무겁고 비장한 표정이다. 전쟁 속에 지켜내야 할 가족과 조국이라는 이름 앞에서…. 먹을 것 하나 변변치 않았던 그때 그 시절, 지금 우리는 전시관의 모형으로나마 시간여행을 떠난다. 잊힌 역사가 될 수 없음은 여전히 분단으로 인한 피란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임시수도기념관 정문에는 6·25전쟁 파병국의 국기를 새겨 넣었다. 전투부대 파병 16개국과 의료지원 5개 국가의 국기를 보며 오른 계단 위에 장엄하게 새겨진 문구는 ‘영원한 기억’이다.

■골목과 비석에 남은 질긴 삶의 흔적

감천문화마을은 6·25전쟁 당시 힘겨운 삶의 터전이었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부터 오늘까지 근현대사의 흔적과 기록을 고스란히 간직한다.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계단식 집단 주거형태는 이곳만의 독특한 특성이다. 피란의 고단한 상황 속에서도 앞집이 뒷집을 가리지 않게 지어 서로를 배려한 마음이 묻어난다. 전쟁통에 제 몸 하나 가눌 곳 없어 가파른 산을 깎아 내고 층층이 터를 잡았다. 개발 논리에 밀려 순식간에 헐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던 현장이 지금은 도시재생의 모범 사례가 됐다. 하지만 이곳이 전쟁과 관련 있음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피란민의 터전이 된 고단한 삶의 흔적이 녹아 있는 이곳에 통일과 관련한 브랜드를 만들면 어떨까.
아미동비석문화마을은 피란민이 옛 일본인의 납골묘 위에 움막을 짓고 살던 것에서 유래됐다. 비석 위에라도 몸뚱이 하나 뉠 공간을 마련해야 했던 아픔의 장소다. 아픔은 전쟁이 끝난 후 끈질긴 삶의 원동력으로 이어졌다. 비석마을에서 천마산으로 가는 길로 오르다 보면 구름전망대를 만난다. 부산항과 영도지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구름도 쉬어간다는 전망대에 올라 피란민이 하염없이 바라봤던 부산항의 아픔을 공감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전후 경제 복구의 주춧돌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을 전경으로 피란이라는 고단한 상황 속에서도 앞집이 뒷집을 가리지 않게 계단식으로 짓는 등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전쟁은 삶의 모습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일가친척 하나 없는 피란민은 낯선 곳에 와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손에 잡히는 대로 일을 했다. 깡통시장과 국제시장은 전후 복구의 주춧돌이 됐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피란민의 애환과 한 많은 사연이 남아 있다. 부평동 깡통시장은 이름 그대로 전쟁 당시 미군부대에서 나온 통조림 등의 깡통을 판매하면서 생겨난 시장이다. 시장 골목 어귀에 앉아 그 때 그 시절의 사람을 회상하면서 빈대떡과 부침개 하나 먹어보면 좋겠다.

부산과 영도를 이으며 전차와 사람이 오가던 다리는 피란민에게는 희망의 장소였다. 1938년 11월에 완공된 영도대교는 오전과 오후에 각각 세 번씩 다리를 들어 올려 큰 선박을 지나게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도개교로 부산으로 피란온 실향민이 가족을 만나기 위한 약속 장소로 정하면서 눈물의 다리가 됐다. 가족을 찾는 이정표가 된 영도대교에는 피란민이 넘쳐났다. 이른 새벽부터 영도대교 난간에 기대어 이제라도 만날까 가족을 찾던 피란민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전쟁 당시 40계단에서는 멀리 영도대교와 부산항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고 한다. 가족을 기다리며 온종일 노심초사 앉아서 기다리던 곳이 바로 40계단이다. ‘경상도 아가씨’라는 대중가요 노랫말의 배경이 된 이 곳은 고향에 가고픈 피란민의 아픔이 그대로 서려 있다. 그곳에는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고향 잃은 한 나그네의 아픔이 오롯이 배어 있다.

■눈물의 산복도로

동구 초량이바구길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168계단과 마주한다. 당시 피란민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부산항 부둣가의 막노동일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고단한 부둣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168계단을 마주했다. 삶의 고단함만큼이나 168개의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야 겨우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168개의 계단을 오르면 지금도 숨이 콱콱 막힐 만큼 가파르다. 갓난아이를 등에 업고 고단한 삶의 무게를 이어갔던 우리네 어머니에게 이 계단은 거대한 산이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오르고 또 올랐다. 오직 가족을 살리기 위한 어미의 마음으로 말이다. 그렇게 일구어낸 곳이 바로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이 외에 유엔기념공원(UNMCK)은 등록문화재 359호로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유엔 산하 기념묘지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장소다. 문화재로서의 가치와 함께 우리에게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해외 16개국의 고귀한 희생과 숭고한 뜻을 기리는 곳이다.

과거의 기억을 과거에 남기지 말고 통일의 눈을 통해 현재를 보자는 의미로 위 장소를 소개했다. 건물은 사람을 모이게 하고, 사람이 모이면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진다. 통일문화와 통일공감대 확산을 위해서는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건물에 통일문화관을 조성하면 어떨까? 부산은 항구도시로 어디를 가나 쉽게 배를 볼 수 있다. 멀리 흥남에서 부산까지 피란민들이 타고 온 것도 한 척의 배다. 배는 항구도시 부산을 의미하며, 고향을 찾아간다는 상징이다. 배 모양을 형상화한 건물을 짓고 거기에 남북한 출신 주민이 어우러지는 통일문화관이 조성되면 좋겠다. 통일을 주제로 다채로운 문화와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평화와 화합의 공간 말이다.

동아대 교수·부산하나센터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부산교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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