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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53> 함안 입곡저수지 둘레길

‘월든 호숫가’ 소로처럼 … 뭉긋한 물안개 맞으며 내딛는 여유

  • 노수윤 기자 synho@kookje.co.kr
  •  |   입력 : 2018-08-12 18:51:29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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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불구불 아담한 4㎞ 저수지길
- 시원한 그늘 아래 산림욕 힐링
- 수십 종 수목 살펴보는 재미도
- 출렁다리 아찔한 묘미는 ‘덤’

- 군, 수변따라 나무 덱 만들고
- 진입로 확장·보트 진수도 계획

초록으로 물든 숲 사이로 자리한 경남 함안군 산인면 입곡저수지. 한국의 ‘월든 호숫가’라 부르면 과찬일까.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잔잔하게 은빛 물결이 일렁일 뿐 고요하다. 저수지를 끼고 숲 사이를 따라 걸으면 가족끼리 친구끼리 물 한 병 들고 가볍게 산책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경남 함안군 산인면 입곡저수지 둘레길 중간에 설치된 팔각정에서 내려다본 입곡저수지와 입곡군립공원. 출렁다리가 저수지를 가로질러 입곡군립공원을 연결한다. 노수윤 기자
입곡저수지는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여느 농업용 저수지나 다름 없다. 하지만 주위 협곡의 풍광이 빼어나 사계절 찾는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입곡저수지는 창원시 내서읍에서 창원과 함안을 잇는 지방도 1004호선을 따라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다. 부산과 김해, 양산 등지에서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해 찾는 이들도 많다. 남해고속도로 함안나들목에서 내려 함안공설운동장과 함안버스터미널, 산인면사무소를 잇따라 지나 입곡삼거리까지 5㎞만 가면 만난다.

■사계절 물안개와 자연 절경

   
봄에는 입곡저수지 가장자리에 핀 벚꽃과 홍매화가 연분홍 꽃잔치를 연출하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평온함을 안겨준다. 가을에는 저수지 주변이 모두 형형색색 단풍으로 물들고 겨울에는 설경이 빼어나다. 이른 아침 저수지에서 피어 오르는 물안개는 환상적인 비경을 연출해 아침 일찍 저수지를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협곡을 가로막아 만든 저수지 둘레는 4㎞로 그리 길지 않지만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해 저수지 끝과 끝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입곡저수지 둘레길은 입곡산림욕장과 출렁다리 두 곳에서 출발할 수 있다. 입곡삼거리에서 군립공원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저수지 둘레를 따라 열린 도로를 가다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입곡산림욕장 입구다. 이곳에선 물이나 산이나 온통 초록빛이다. 마름과 개구리밥이 저수지를 뒤덮고 있다.

입곡산림욕장이 만든 그늘이 더없이 시원하다. 200m쯤 가면 산 위쪽을 향해 나무 덱이 설치돼 있다. 둘레길과 연결된 등산로다. 산림욕만을 만끽하고자 하면 입곡저수지 둘레길과 연결된 등산로를 따라간다. 하지만 대부분은 산책을 즐기듯 힐링할 수 있는 둘레길을 택한다.

■생태학습에도 제격

   
입곡저수지 둘레길은 산 아래 저수지를 따라 열려 있어 산책하듯 걷기에 제격이다.
둘레길과 저수지 사이에는 활엽수와 침엽수가 우거져 눈이 맑아지고 가슴이 탁 트인다. 팽나무 배롱나무 굴참나무 굴피나무 단풍나무 등 갖가지 수목이 걷는 내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는 가로 130㎝, 세로 70㎝ 크기의 화단이 설치돼 있다. 벌개미취 비름 맥문동 옥잠화 기린초 은방울꽃 등 20여 종이 넘는 야생 초화류가 이방인을 반긴다. 이곳에선 누구나 식물학자가 된 듯 요리조리 눈길을 떼지 못한다. 아이와 함께 둘레길을 찾은 가족들은 야생초와 나무를 살펴보느라 좀처럼 나아가지 못한다. 길섶에는 함안문인협회 회원들의 시를 나무판에 새긴 시비도 군데군데 서 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시를 읊조리면 시인이 된 느낌이다.

저수지 곳곳에는 쉼터와 전망대가 조성돼 있어 추억을 담기에도 제격이다. 둘레길 중간에는 음수대와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최장 현수교량 ‘출렁다리’

입곡저수지 둘레길의 방점은 저수지를 가로질러 설치된 출렁다리다. 팔각정에서 나무 덱을 따라 내려가면 연두색의 다리가 반긴다. 국내에서 주탑과 주탑 사이가 가장 긴(96m) 현수교량이다.

육중한 로프가 다리를 굳게 지탱하고 있어 전혀 미동도 하지 않을 것 같지만 발을 굴리면 출렁거림이 다리 전체에 전해져 아찔함과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다리 중간에 서서 입곡저수지를 바라보면 물 위에 주위 풍광이 떠 있다.

다리를 건너면 저수지 둘레를 따라 산책로와 도로가 나란히 내달린다. 이 길을 따라 출발지였던 무지개다리 쪽으로 가는 이들고 있고 출렁다리를 다시 건너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한다. 어느 길로 가든 저수지 둘레를 따라 길이 이어져 있어 상관없다.

다만 가을 단풍이 절정을 이루면 2차로인 도로 가장자리에 차량이 줄지어 주차할 정도로 북적대기 일쑤여서 출렁다리에서 출발지인 입곡산림욕장으로 되돌아가는 사람이 많다.

함안군은 올해 52억 원을 들여 좁은 도로를 확장하고 저수지 주변에 무장애 나눔길(1.2㎞)을 조성한다. 이 길은 나무로 된 덱 로드다. 오는 10월 완공되면 지금과 같이 도로 옆 산책로를 걷지 않고 수변을 따라 여유롭게 걸을 수 있게 된다. 군은 둘레길을 찾은 가족들이 걷는 즐거움을 만끽한 후 자연과 교감하며 휴식할 수 있도록 무빙보트도 띄울 계획이다.

노수윤 기자 synh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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