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8월까지 기다려야 할 지경
- 기초자치단체에도 신청 몰려
- 시, 200대 추가 구비·배포키로

“라돈측정기 빨리 대여할 수 있는 곳 없나요.”

부산 북구 공무원이 28일 라돈 측정기를 이용해 구청 숙직실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발생하는지를 시연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방사능 침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라돈 측정기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산시 등 지자체가 무료 대여 사업을 하고 있지만, 대기 기간이 최대 1년에 이를 정도로 많다. 시는 28일 시민 대상 휴대용 라돈 측정 장비 무료 대여 사업으로 지금까지 총 323명이 측정을 완료했고, 2800여 명이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라돈 측정기는 매트리스 위에서 전원을 켜면 공기 중의 라돈 성분을 분석하는 장비다.

앞서 시는 라돈침대 사태가 불거지자 지난 6월 23일부터 측정기 무료 대여 사업을 시작했다. 또 지난달 23일에는 라돈 저감 비닐 1600장을 특수 제작해 신청자에게 우편 배송했다. 그러나 라텍스 등에서도 라돈이 검출되자 불안감이 더욱 커졌고, 시 보유 장비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시가 운용하는 측정기는 대당 20만 원으로 총 11대에 불과하다. 여기에 대여 시간이 24시간이라 매일 10여 명만이 측정기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현재 대기자는 내년 8월이 돼야 측정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에 기초단체와 일선 주민센터가 자체 예산으로 라돈 측정기 대여 사업을 시작했다. 북구는 지난달 30일 측정기 20대를 구매해 대여 사업을 시작했는데, 대기자가 최대 400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구는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10대를 추가로 배부했지만, 여전히 대기 기간이 길다. 북구 관계자는 “부산 기초단체 중 유일하게 총 30대를 운용하고 있지만 수요가 워낙 많아 1주일은 기다려야 사용할 수 있다. 화명동처럼 인구가 많은 곳은 2주는 걸린다”고 말했다.

측정기 2대를 운용하고 있는 해운대구 반여3동의 경우도 대기 시간이 길기는 마찬가지다. 반여3동 관계자는 “주부는 물론 어르신도 대기를 걸어놔 최소 일주일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재송동 등 다른 동에서도 대여 문의가 오는데, 구민에게 우선해 대여하기 때문에 빌려주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주민은 한시라도 빨리 라돈 측정기를 구하기 위해 아우성이다. 강서구의 한 누리꾼이 시에서 빌려온 측정기 후기를 올리자 “근처 사는데 잠시 빌릴 수 있냐”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시는 예산 4900만 원을 투입해 측정기 200대를 추가로 들여와 다음 달 17일부터 모든 주민센터에 비치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측정기를 빌리기 위해서는 부산시청까지 찾아와야 했는데, 200대가 추가 투입되면 가까운 주민센터에서 손쉽게 측정기를 이용할 수 있다.

시 이장희 원전안전팀장은 “시가 2개월 전에 주문했는데, 다음 주에 측정기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품귀 현상을 보인다. 200대가 추가 투입되면 수급 부족 문제를 완화해 생활 방사능에 대한 시민의 불안감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