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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사라진 근로자에 텅 빈 식당·집…‘불 꺼진 조선도시’ 신음만

실업률 최악 거제·통영

  •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29 20:16:22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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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조정 중인 조선소 근로자들

- 구내식당서 점심, 회식 옛말
- 밤낮없이 북적이던 거리 한산
- 옥포동 곳곳 ‘상가임대’ 나붙어
- 손님 한 명도 없는 업소 대다수

# 폐업 늘고 지역경제 마비

- 4만 명 가량 떠나자 빈 원룸 급증
- 집값 5000만~7000만 원 하락
- 폭염에 관광객마저 줄어 겹시름
- 중형조선소 3곳 폐업한 통영
- “양대 조선소 있는 거제 부러워”

29일 낮 점심시간. 경남 거제시 옥포동 식당가 거리는 너무나 한산했다. 인근에 대우조선해양이 자리 잡아 예전 같으면 이 시간대에 작업복을 입은 조선업체 노동자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북적댔지만 그런 풍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했다.

이곳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52) 씨는 “다들 호주머니 사정이 안 좋다 보니 구내식당을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돈이 안 풀리니 지역 경기 사정이 말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29일 삼성중공업이 위치한 경남 거제시 장평동의 한 식당이 문을 열었지만 손님을 한 명도 받지 못해 개점 휴업 상태를 방불케하고 있다.(왼쪽), 29일 대우조선해양이 자리잡은 경남 거제시 옥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내걸린 매매 및 전세 매물이 불황의 그늘을 대변하고 있다. 박현철 기자
■“장사 시작 이래 최대 불황”

소비심리 위축은 저녁 시간대도 마찬가지였다. 예전 같으면 조선소 특성상 회식도 잦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눈에 띄게 확 줄어들었다. 조선경기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이 현재도 진행 중인 상황에서 회식 자리를 가질 여유조차 없는 듯했다. 회식을 하더라도 저녁 1차에서 간단히 끝내고 2, 3차로 가던 회식 문화는 이미 옛 풍경이 돼버렸다.

조금 더 주위를 둘러보니 손님이 단 한 명도 없는 업소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예 문을 열지 않은 가게도 군데군데 눈에 들어왔다. ‘상가 임대’를 내건 건물들도 주인을 찾지 못해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치킨집 등에 조선소 직원 차림을 한 손님이 간혹 보일 정도였다.

삼성중공업 인근인 고현동·장평동 일대도 짙은 불황의 그늘이 그대로 감지됐다. 지역 내 최대 상권 번화가로 북적거려야 하지만 한산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고현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여·45) 씨는 “장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 불황이다.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간 것 같다”며 “적자가 누적돼 문을 닫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주부들도 지갑을 닫아버렸다. 주부 권모(46) 씨는 “남편 회사가 힘들어지면서 제일 먼저 줄인 것이 외식이다. 요즘은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말했다.

지역경제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식당가와 술집, 옷가게, 학원가 등이 연쇄적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면서 한때 휘황찬란했던 거제가 ‘불 꺼진 항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조선업이 호황이던 시절 양대 조선소(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는 정직원과 협력업체, 물량팀(재도급 일용팀)을 포함해 조선 노동자가 10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불황이 지속되면서 물량팀이 대거 거제를 빠져나가 지금은 6만 명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물량팀이 떠나면서 빈 원룸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인구가 줄면서 아파트 등 주택의 가격마저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공인중개업을 하는 최모(58) 씨는 “아파트 가격은 수년 전에 비해 5000만~7000만 원 정도 떨어졌다. 새 아파트가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웃지 못할 상황마저 연출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힘든 상황에서 올여름은 더욱 지역경제를 지치게 만들었다. 횟집 사장 박모(58) 씨는 “매출이 말을 못 할 지경이다. 조선소 경기도 있지만 올해 여름 폭염이 지속되면서 관광객도 크게 줄어 타격이 더 컸다”며 “직원들도 다 내보내고 아내와 둘이서 장사한다”고 말했다.

■“성동조선까지 문 닫으면 지옥”

국내 중형조선소 메카인 이웃 통영도 사정은 심각하다. 중형조선소 3사가 자리 잡은 통영 도남동 일대는 조선소가 연이어 폐업하면서 적막강산이나 다름없다. 한때 2만 명가량의 조선 노동자가 북적였으나 지금은 인적이 드문 곳이 됐다. 문을 닫은 점포가 속출하고 거리도 을씨년스럽게 바뀌었다.

주민 정모(53) 씨는 “그래도 거제는 양대 대형조선소가 힘든 상황 속에서도 떡하니 버티면서 그나마 돈이 풀리고 있지만 통영은 조선소가 아예 망해 풀어질 돈이 없어 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광도면 안정국가산업단지 내 성동조선해양마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폐업할 경우 지역경제가 더욱 수렁에 빠져들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가고 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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