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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2> 부산에 없는 저항의 흔적

강연장 전락 기념관은 사진 9장뿐 … ‘그날’을 대변할 수 있나

  • 국제신문
  • 이준영 기자
  •  |  입력 : 2018-08-30 19:27:05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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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마항쟁 처음 일어난 부산대엔
- 재학생도 모르는 발원지 표지석

- 5·18민주화운동 발상지인 광주
- 기념관 등 관련 상징물 넘쳐나
- 지역운동 알리려 지자체가 앞장

- 30년만에 진보시장 들어선 부산
- 민주교육 공간 조성 지금이 적기

독재정권에 온몸으로 저항하며 엄혹했던 유신체제를 종식하는 데 불붙인 부마항쟁이었지만 이를 기억할 만한 흔적은 전무한 실정이다. 항쟁 자체가 저평가되면서 지역에서조차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반면 부마항쟁과 함께 우리나라 4대 민주화운동이라 불리는 4·19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6·10민주항쟁은 다르다. 지역과 항쟁 관련자들이 직접 그 뜻을 계승하고자 적극적으로 기념관 등 상징물을 조성하는 중이다. 뜨거웠던 부마항쟁의 기억을 간직할 만한 공간이 이제 부산에도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부마항쟁

   
부산 금정구 부산대 옛 도서관(현 건설관) 앞에 세워진 부마항쟁 발원지 표지석. 표지석에는 ‘유신철폐 독재타도, 민주주의 신새벽 여기서 시작하다’라고 적혀 있다. 서정빈 기자
부마항쟁이 일어난 지 39년이 지났지만 부산에서 부마항쟁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은 찾기 힘들다. 유일하게 ‘기념관’이라는 이름으로 부산대에 ‘10·16기념관’이 있지만 기념관이 아닌 ‘공연장’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10·16기념관은 공연장으로 활용된 효원회관이 약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2006년 10·16기념관으로 이름만 바뀐 것이다. 기념관에서 볼 수 있는 자료는 부마항쟁 당시의 모습이 담긴 9장의 사진이 전부다. 입구에 세워진 기념관 비석은 그곳에 적힌 글씨조차 희미해져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다.

부산대는 부마항쟁 시위가 처음 일어난 상징적인 곳이다. 이에 부산대는 1989년 중앙도서관 앞에 횃불 모형의 ‘10·16부마민중항쟁탑’을 세우고, 1999년 10월 16일 시위가 주도적으로 열린 옛 도서관 앞에 ‘부마항쟁 발원지 표지석’을 세웠다. 하지만 학생들은 부마항쟁이 어떤 사건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국제신문 취재진이 지난 23일 오후 부산대 금정캠퍼스에서 학생 20명에게 ‘부마항쟁이 어떤 사건인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안다’고 답한 학생은 9명에 그쳤다. 이마저도 들어만 봤을 뿐 부산대에서 먼저 시작한 항쟁이라고 알고 있는 학생은 2명에 불과했다. 부산대 노치현(심리학과 3년) 씨는 “5·18이나 6·10민주항쟁은 많이 들어봤지만 부마항쟁은 교과서에서도 잘 못 본 것 같다”며 “대학에 발원지 표지석이 있는 것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민주공원에서도 부마항쟁 기록은 손에 꼽을 정도다. 2층에 마련된 상설전시관(499㎡) 내에 다른 민주화운동과 함께 32㎡ 규모로 전시공간이 마련돼 있을 뿐이다. 전시된 내용물조차 당시 시위를 계획하며 작성한 ‘민주투쟁선언문’을 문자로 재작성한 것과 1979년 부산시 경찰국의 부마항쟁 분석 자료 등 문서 몇 가지에 그친다.
   
부산대 10·16기념관(왼쪽)과 광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전시물 수준 차가 확연하다.
■기념물 넘치는 광주와 비교

민주화운동을 가장 잘 기념하는 곳은 광주다. 5·18민주화운동의 발상지인 광주는 관련 상징물이 넘쳐난다. 전남대 5·18기념관을 비롯해 5·18민주평화기념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등이 있다. 올 초에는 7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전남대에 있는 민주화운동 기념물과 유적 등을 연결하는 ‘민주의 길’을 조성하기로 하고 현재 사업을 추진 중이다. 광주에서 열린 3·15의거가 4·19혁명으로 이어진 것을 기념하는 4·19혁명 기념관까지 있다. 광주가 왜 민주화의 성지인지를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서울 역시 6·10민주항쟁의 주역인 박종철·이한열 열사 기념관을 운영한다. 특히 관악구는 박 열사가 젊은 시절을 보낸 인연을 들어 박종철 기념공원 및 기념관을 조성한다. 기초단체가 부산 출신 박 열사의 뜻을 기리고자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다.

대구도 3·15의거와 4·19혁명의 계기가 된 2·28민주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2·28민주운동기념회관을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외 2·28기념탑과 2·28기념중앙공원도 있다. 10·16부마항쟁연구소 정광민 이사장은 “다른 곳은 모두 지역의 민주화운동을 높이 평가하고 시민에게 그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부산도 기념관을 건립해 후손에게 부마정신을 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 지형 바뀐 지금이 적기

부산이 부마항쟁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특유의 보수적 정치지형과도 무관하지 않다. 1987년 6월항쟁이 끝난 뒤 부산은 보수정권이 줄곧 시정을 운영해왔다. 부마항쟁을 운동권 세력의 반란 등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또 5·18민주화운동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터지면서 5·18 희생 앞에 섣불리 부마항쟁을 크게 내세울 수 없었던 것도 이 항쟁이 잘 알려지지 않은 배경이 됐다.

민주화 단체는 30년 만에 진보계열의 부산시장으로 바뀐 지금이 부마항쟁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기념관 역시 부마항쟁이 활발하게 일어난 장소에 상징적으로 건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부산에서는 민주화운동 시위·집회의 본거지였던 중구 부영극장 등이 이에 해당한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고호석 상임이사는 “교과서 같은 책에서는 부마항쟁의 열기를 제대로 볼 수 없다. 후대에 이곳이 부마항쟁 그 자체라며 보여줄 수 있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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