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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반송 Blank 플랫폼?…지자체 앞다퉈 외계어로 이름짓기

폐가 비워 공동체 만들겠단 취지, 이름만 봐선 사업내용 유추 안돼

  •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  |   입력 : 2018-09-05 19:13:25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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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롭데이·래추고·Re-born 등
- 어감 살리려다 영·한 혼용 남발

최근 부산시와 기초지자체가 추진하는 굵직한 사업에 ‘외계어’에 가까운 국적 불명의 단어가 나오고 있다. 어감을 살리면서도 함축적인 사업명으로 관심을 끌겠다는 취지인데 정작 주민 사이에선 평가가 엇갈린다.

5일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선정된 부산 지자체 7곳의 사업명을 보면 외래어·한자 사용 사례가 잘 드러난다. 해운대구는 ‘세대공감 골목문화마을, 반송 Blank 플랫폼’이라는 사업명을 잡았다. 반송동 일대 60여 세대 폐가를 ‘비워’(blank) 주민이 공감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취지의 사업이다. 주민 황의영(여·54) 씨는 “명칭만 봐서는 도통 사업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다. ‘블랭크’와도 억지로 의미를 끼워 맞춘 듯한데 굳이 영어를 사용했어야 했는지도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비슷한 사례는 더 있다. 사하구는 ‘시간이 멈춘 듯한 정책이주지 동매마을의 공감과 바람! Re-born’을 채택했다. 사업을 통해 마을이 ‘재탄생’(reborn)하고, 그 과정에서 기반 시설과 공동체 등을 한데 ‘묶는다’(ribbon)는 의미다. 중구는 크리에이티브·라이프·오리진 등 영단어의 첫 글자를 짜 맞춘 ‘클라우드’를 집어넣어 ‘공유형 新 주거문화 클라우드 영주’를 사업명으로 정했다. 뉴딜 사업 중 ▷연제구(연(蓮)으로 다시 피어나는 거제4동 해맞이 마을) ▷서구(닥밭골, 새바람) ▷동래구(온천장, 다시 한번 도심이 되다) ▷금정구(청춘과 정든 마을, 부산 금사!) 등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도시재생 뉴딜 사업으로 선정된 동구 ‘래추고(來追古) 자성대’는 정체불명의 한자와 영어를 조합했다가 국토교통부 지적에 사업명을 바꾼 사례다. ‘렛츠고’와 어감이 비슷한 ‘래추고’는 옛것을 기리면서 그 장점을 추구한다는 의미로, 본래 사업 명칭은 ‘래추고 플러싱(plusing)’이었다. ‘플러스’에 진행형(~ing)을 붙여 ‘계속해서 더해 간다’는 뜻을 담았지만, 선정을 위한 심의 과정에서 의미를 짐작할 수 없는 데다 사전에도 없는 단어라는 국토부 전문가의 지적에 따라 명칭을 ‘래추고 자성대 ’로 바꿨다.

부산시가 매주 마지막 주 수요일이던 ‘문화가 있는 날’을 금요일로 옮기면서 이름을 ‘문화롭데이’로 바꾼 것도 입길에 오른다. 시 관계자는 “‘문화롭다’는 말을 만든 뒤 부산 사투리(~하데이)와 날(day)을 뜻하는 ‘데이’를 덧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신선한 시도라고 평가하면서도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부산대 정명주(공공정책학부) 교수는 “딱딱한 행정용어 대신 주민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신선한 사업명을 구상하는 시도는 바람직하다”며 “다만 지나친 외국어 전문용어 등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 남발이나 사업 내용에는 부합하지 않는 ‘뻥튀기’식 사업명 채택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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