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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홀로코스트(1975년~1987년 551명 사망)’ 31년 만에 피해자 인권유린 치유·규명

형제복지원 비상상고 권고 의미

  •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
  •  |   입력 : 2018-09-13 19:17:53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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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유린 참상 검사 내사로 드러나
- 당시 대법원서 원장 무죄 확정 받아
- 무죄효력 못바꾸지만 훈령 위헌 근거
- 비상상고 가능하고 진상규명길 터
- 피해자 유족지원 특별법 긍정 작용

대검 검찰개혁위원회의 형제복지원 사건 비상상고 권고로 ‘한국판 홀로코스트’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최악 인권 유린 사건이 진실 규명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대법원 심리로 과거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이미 확정된 무죄 판결의 효력은 바뀌지 않지만,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 유족 지원을 위한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 사상구 일대에 위치했던 부랑자 강제수용소인 형제복지원. 3146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한민국 최대의 시설로 수용자에 대한 구타와 감금, 성폭행 등으로 12년간 551명이 숨졌다. 국제신문DB
형제복지원의 인권유린 참상은 1986년 12월 부산지검 울산지청(현 울산지검)에 근무하던 김용원 검사(현 변호사)가 내사에 착수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김 변호사가 경남 울주군 한 야산을 지나다 허름한 옷을 입은 청년들이 땅을 파는 모습을 목격한 게 계기다. 박인근 원장은 특수감금,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1987년 1심에서 징역 10년과 벌금 6억8178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심은 주간 특수감금 행위 부분을 일부 무죄로 판결했고, 대법원은 야간 특수 감금 행위도 무죄로 판단하면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파기 후 환송심은 야간 특수감금을 다시 유죄로 판결했지만, 대법원이 재차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재환송심은 ‘하급심인 당심은 대법원 판단에 기속되지 않을 수 없어 따르기로 한다’며 야간 감금도 무죄판결했다. 이에 따라 박 원장의 형량은 2년6월로 낮아진 채 확정됐다.

형제복지원이 부랑인을 감금한 근거는 부랑인 신고·단속·수용·보호 등에 관한 업무 처리 지침인 내무부 훈령 제410호다. 개혁위는 내무부 훈령 410호를 위헌·위법으로 판단하고 비상상고를 권고했다. 부랑인 보호는 헌법상 기본권인 신체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법률상 근거가 필요하지만, 훈령에 부랑인 보호를 위임한 법률은 없기 때문이다. 법 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강제 격리는 정당성도 결여됐다는 판단이다. 개혁위는 “위헌 위법이 명백한 내무부 훈령 410호를 유일한 근거로 삼아 특수감금 행위를 ‘정당행위’로 보고 무죄를 선고한 과거 대법원 판결은 마땅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비상상고를 신청하면 대법원은 일반 상고심 사건과 마찬가지로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배당한다. 검사가 신청 내용을 진술하는 공판 기일이 열리고, 대법원은 신청 이유에 한해 사실조사 등 심리를 벌이고 최종 판단을 내린다. 다만 과거 판결이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돼도 박 원장의 특수감금 혐의 무죄 판결의 효력은 바뀌지 않는다.

형사소송법은 비상상고 사건의 원심 판결이 피고인에게 불이익인 경우에만 2심 재판을 다시 하고, 그 외에는 비상상고 판결의 효력이 미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의 신청이 받아들여져도 법적으로 박 원장을 추가 처벌할 수 없다. 더구나 박 원장은 이미 사망했다.

김 변호사는 “과거의 판결이 위법했다는 선언적 의미와 함께 형제복지원 사건에 국가의 책임이 있다는 법률적 의미도 있어 비상상고 결과가 중요하다. 지지부진한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형제복지원 피해자인 최승우(50) 씨는 “박 원장의 무죄가 유죄로 바뀐다고 형제복지원 사건이 다 밝혀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14세 때 하굣길에서 복지원에 끌려간 이유가 무엇인지, 같이 끌려갔던 동생이 트라우마를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가 무엇인지 밝히려면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상상고

형사사건 확정판결에 법령위반이 발견된 경우 검찰총장이 잘못을 바로잡아 달라며 대법원에 직접 상고하는 비상절차.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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