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상제공 의무 없어 수사에 애로
- 경찰 “개인정보상 공개 어렵다”
- 기관 “영상 봐야 의견조합 가능”
- 학부모 정확한 결과 나올까 걱정
아동 학대로 의심되는 사건의 CCTV 영상을 경찰이 어디까지 공유해야 하는지 명확한 규정이 없어 수사 과정에 혼란이 일고 있다. CCTV 영상을 요청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 복지법인 위탁 운영)과 영상을 줄 수 없다는 경찰 사이에서 학부모만 불안해한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1일 명지국제신도시 한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로 의심되는 신고가 접수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강서경찰서 관계자와 학부모 A(36) 씨의 말을 종합하면 A 씨는 지난 8월 24일 아들 B(2) 군이 어린이집에서 학대를 당한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아들에게서 심한 땀 냄새가 나 어린이집 CCTV를 확인한 결과 지난 8월 한 달간 오전에 등원한 후 불 꺼진 거실 구석에 매일 30~40분 방치됐으며, 다른 곳으로 벗어나려 하면 보육교사가 팔을 잡아끌어 같은 자리에 앉혔다고 A 씨는 주장했다. 또 폭염에도 방문을 닫고 선풍기 1대만 틀어놓은 채 혼자 방 안에서 이불을 목까지 덮어두는 등 정서적 학대가 있었다는 것이 신고 내용의 골자다. 경찰은 어린이집 CCTV 영상 분석을 마친 상태로 아보전의 의견을 종합해 결론을 낼 계획이다.
문제는 아보전이 CCTV 영상을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찰이 아보전에 CCTV 영상을 제공해야 할 의무나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아동 학대 수사 매뉴얼에는 경찰이 아보전과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돼 있으나 구체적으로 영상에 대한 내용은 없다. 이 때문에 경찰서마다 사건 유형에 따라 아보전에 CCTV 영상을 제공하기도 하고 하지 않기도 하는 등 제각각이다. 경찰은 영상을 제공하지 않는 대신 아보전 측이 경찰서에 와서 보는 것은 허용한다.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영상에 다른 아이의 얼굴까지 포함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어 경찰서에 와서 확인을 하라고 한다”며 “CCTV 영상을 줄지 말지 정확한 규정은 없지만 괜히 외부에 유출될 우려가 있어 주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아보전 관계자는 “신체적 학대는 누가 봐도 명백해 의견을 내기 쉽지만 정서적 학대는 자문위원들이 영상을 보고 토론한 후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어떤 사건은 영상을 주고 어떤 것은 주지 않다 보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부모는 불안해한다. A 씨는 “경찰은 아보전 견해를 듣겠다고 하지만 정작 CCTV는 줄 수 없다고 하면 어떻게 입장을 듣겠다는 것이냐”며 “앞으로 제대로 된 수사가 가능할지 불안해 잠을 못 이룬다”고 말했다.
동서대 천정환(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동 학대 수사에서 CCTV 영상은 핵심이다. 영상 제공 기준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선 앞으로 이 같은 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관련 매뉴얼이나 훈시 규정 등에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