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개 공소사실 중 7개만 유죄
- 삼성 다스 소송비 61억 대납
- 이건희 회장 사면 대가성 인정
# 다스 횡령액 103억 적게 인정
- 검찰 공소장 349억보다 줄어
- 처남에게 전달한 97억은 무죄
- 고급차 구매는 공소시효 끝나
# 국정원 특수활동비 의혹
-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불인정
- 전 국정원장 4억은 국고손실
- “금품 교부할 특별한 동기 없어”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5일 16가지 공소사실 중 7가지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5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이는 기소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형량이다. 재판부는 다스 실소유를 통한 비자금 조성과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등 핵심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했지만,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받아 쓴 혐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뇌물이 아닌 국고 손실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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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스’의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공판이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건강을 이유로 불출석해 피고인 자리가 비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다스를 소유하면서 246억 원을 횡령한 점이 드러났고, 범행 당시 국회의원과 시장으로 활동한 점에서도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이 전 대통령의 다스를 통한 횡령 금액 349억 원보다 103억 원이 적게 인정됐다. 여기에는 김성우 전 다스 사장과 권승호 전무가 이 전 대통령 몰래 자신들이 사용하려고 조성한 비자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들이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을 관리한 처남 김재정 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할 수 없는 97억1800만 원 상당을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볼 수 없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자금 4억3000만 원을 선거캠프 인건비로 허위 지급하고, 5300만 원 상당 고급 승용차를 구매한 혐의는 각각 2007년과 2006년에 공소시효가 끝나 면소로 판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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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 정계선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
반면, 241억8800만 원 상당은 유죄로 인정했다. 1995년부터 2003년까지 다스가 발행한 수표와 어음을 현금화해 김재정 씨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다스 관계자 다수가 내놨고, 다스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김재정 씨를 위해서 이런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사무실이 있는 영포빌딩에서 김재정 씨가 자금 세탁을 했다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이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것으로 인정했다.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하게 한 혐의(특가법 뇌물)는 대통령 취임 후인 2008년 4월 8일 이후 송금된 522만2000달러(61억 원) 부분만 유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의 소송비 지원 의사가 이 전 대통령 측에 전해진 것으로 보이고, 이때부터 삼성은 비자금 특검, 금산분리 완화 관련 현안 등이 있었고, 이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 이건희 회장의 특별 사면이 이뤄졌다”며 대가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다스에 청구된 소송비와 같은 금액을 소송 대리자인 미국 로펌 에이킨 검프에 송금하기 시작한 점에 주목하면서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보다 앞서 지원한 금액은 삼성에 현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 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삼성이 구체적 부탁을 하면서 지원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이와 관련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는 이 전 대통령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게 소송 상황을 점검하라고 지시한 사실 자체는 인정되지만, 이 행위가 대통령 직무 권한에 포함되지 않아 지위를 이용한 불법 행위로 성립할 수는 없다고 봤다.
김 전 기획관을 통해 김성호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받은 4억 원은 “두 전직 원장이 금품을 교부할 특별한 동기가 보이지 않는다”며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국정원장은 관련 법령상 회계 관계 직원에 해당하고, 특별사업비를 사업 목적 외에 사용하는 것은 국고 손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