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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부마항쟁 보고서 <7> 내가 겪은 당시 상황

“항쟁 때 무단연행·고문 당해… 아직도 자다가 벌떡 깨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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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학보기자 최형욱 구청장

- 광복로·자갈치일대 12시간 취재
- 군인들 학교 배치돼 기사 못싣고
- 도서관 사진 내용 온점으로 실려

# 당시 YS 비서 한의명 씨

- 부산대생 시위 소식듣고 합류
- 친척 계좌를 YS후원금 오인해
- 경찰, 야당 연락총책 지목 고문

# 당시 노동자 전길홍 씨

- 시위 참여하려 회사 조퇴했다가
- 경찰에 연행돼 폭행·물고문 고초
- 5·18 땐 1년간 도망자 신세 겪어

# 당시 전투경찰 한성안 교수

- 해안경비 대신 항쟁진압 투입령
- 전경도 유신정권 시민불만 이해
- 동료들 다쳐도 화대신 풀이 죽어

부마항쟁은 부산 시민이 독재 정권에 대항한 민중항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장삼이사의 사연이 부각된 경우는 적었다. 지금까지 부마항쟁 이야기가 시위를 주모했던 인물 중심의 이야기라면 이번 편에서는 드러나지 않게 부마항쟁의 밑거름이 된 인물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왼쪽부터 최형욱 구청장, 한의명 씨, 전길홍 씨, 한성안 교수
■굳게 닫힌 도서관

부마항쟁 당시 동아대 독문학과 1학년이었던 최형욱 부산 동구청장은 학보사 기자로 활동했다. 1979년 10월 16일 오후 2시 동아대신문을 인쇄하기 위해 중앙동에 위치한 국제신문사로 가다 부마항쟁을 접했다. 최 구청장은 “당시는 유신정권의 학원 사찰이 심해 부마항쟁을 미리 알지 못했다. 다만 YS 제명 등으로 유신정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상황이긴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정오부터 밤 11시까지 광복로와 자갈치시장 앞 도로가 사람으로 뒤덮였다. 학생기자로 역사현장을 기록하고 싶다는 사명감에 12시간 동안 그곳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취재기는 신문에 실리지 못했다. 18일 위수령이 떨어져 군인이 학교에 포진해 학교에 못 갈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휴교령이 끝난 뒤 발행된 그해 11월 22일 자 신문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위수령으로 문 닫힌 도서관 사진을 크게 썼다. ‘10월 어떤 날’이라는 제목은 있었지만, 설명은 온점을 이어 붙였다. 군부정권의 학원 통제를 비판하는 상징적 표현이었다. 최 구청장은 “계엄검열관이 기사를 보고 ‘이게 뭐냐, 설명을 넣어라’고 요구했지만 ‘시적 표현’이라고 둘러댔다. 또 직접 기사를 쓸 수 없어 민주주의에 대한 교수의 논단을 주로 실으면서 시대상황을 반영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부마항쟁 당시 동아대 학보에 실린 폐쇄된 동아대 도서관 사진. 검열 때문에 사진 제목만 실었고 내용은 온점으로 처리했다.
■YS 부산 총책 몰려 고문

당시 김영삼 전 신민당 총재의 지역구 비서였던 한의명(75) 씨는 ‘YS 부산 연락 총책’으로 지목돼 고문을 당했다. 한 씨는 1979년 10월 16일 당원 50명과 서구 충무동 신민당 사무실에서 김 총재 제명에 항의하는 농성을 진행 중이었다. 한 씨는 이날 오후 부산대생의 시위 소식을 접하자 마자 시위대에 합류했다. 한 씨는 “어른도 하지 못했던 것을 학생이 한다니 부끄럽고 부채 의식이 생겼다. 학생들의 용기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씨는 16·17일 시위에 참여했고, 상황을 서울에 있던 김 총재에게 보고했다.

18일 새벽 서부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한 씨의 집을 찾았다. 한 씨는 “임의동행 형식으로 붙잡혀 갔다. 나를 김 전 대통령의 부산 연결 통로로 생각한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한 씨는 ‘숫자가 적힌 메모’가 발각돼 뜻밖의 고초를 겪었다. 마산의 친지가 ‘계좌를 만들어 보관해달라’고 부탁한 돈을 적어놓은 건데 경찰이 김 전 총재의 부마항쟁 후원 자금으로 엮으려 한 것. 한 씨는 “당시 마산에 김 전 대통령 선친이 사셨다. 김 전 대통령이 선친을 통해 부마항쟁을 후원하고, 대학생을 선동했다고 덮어씌우려고 했다”며 “만약 그 돈을 썼다면 꼼짝없이 엮일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고문 여파로 아직도 밤에 깨

당시 한국이루마 생산직 노동자였던 전길홍(64) 씨는 16일 오후 5시 부산대에 다니던 옛 친구와 술을 마시려고 광복동으로 나갔다. 동양호텔 앞에 10명씩 짝지은 대학생이 300명가량 모여 시위했다. 경남 의령에서 활동했던 선친의 영향을 받은 전 씨는 이날 시위에 즉각 가담했다. 17일에는 시위에 참여하려고 회사까지 조퇴했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전 씨는 조사 과정에서 ‘김대중에게 돈 받았느냐, 김일성 만세를 불렀느냐’는 추궁을 당했다. 첫 진술과 조금이라도 틀리면 진압봉이나 의자로 맞거나 물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전 씨는 “지금도 밤에 자다가 깜짝 놀라 깰 때가 많다. 수차례 고문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42일간 고초를 겪다 풀려났지만,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사복 경찰이 집으로 찾아왔다. 이후 1년 동안 도망쳐 다녔는데, 그 과정에 전 씨의 선친이 대신 붙잡혀 조사를 받기도 했다. 자수 후에도 1983년 12월까지 부산을 벗어나면 경찰에 신고해야 했다. 전 씨는 “시위 참가 후 직장을 잃었지만, 나의 부마항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동안 촛불집회에도 적극 참여했다”고 말했다.

■진압 나갔던 전경도 풀 죽어

영산대 한성안 (경영학과) 교수는 전투경찰로 병역 의무를 할 때 부마항쟁이 터졌다. 부산 기장에 배치받은 그의 주된 임무는 해안으로 침투한 간첩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해 16일 부마항쟁이 시작되자, 수영유격장에서 유격훈련을 받던 전경들에게도 부마항쟁 진압에 나서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한 교수는 “시위 진압 훈련은 받은 적도 없었고, 진압복도 없이 봉만 들게 하고는 시내로 투입시키더라. 4개 소대 중 2개 소대가 투입됐는데, 내가 속한 소대는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16일 시내에 투입됐다 부대로 복귀한 전경은 다친 곳이 많았지만 분노하기보다 풀이 많이 죽어 있었다. “내가 속한 부대는 17일 광복로에 투입됐지만, 공수부대가 시내를 장악한 상태라 대기만 하다 돌아왔다”며 “당시 전경은 시험을 쳐야 들어올 수 있어서 소위 ‘먹물’이 많았다. 진압 작전에 투입됐던 전경이 풀이 죽어 있었던 건 유신정권에 대한 시민의 불만을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호걸 김해정 기자 rafae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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