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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쏜살같이 달려오는 차를 보고도 피할 수 없었다”

노인보행사고 1위 부전시장, 80대 몸으로 체험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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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으로 달려오는 차량을 보고도 불편한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난생처음 겪는 공포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80대 노인의 몸으로 체험한 부전시장 일대는 위험천만했다. 부전시장과 공영주차장 사이 왕복 4차선 도로가 가장 심각했다. 횡단보도 신호기는 꺼져 있었다.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무단횡단 방지시설, 방호 울타리 역시 없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는 차량과 보행자 사이에서 눈치 게임이 반복됐다. 보행자와 차량은 왕복 4차선 도로 곳곳에서 얼기설기 엉켰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보행자에 놀란 운전자는 연신 경적을 울렸다. 보행자는 차량이 반쯤 가린 횡단보도 사이를 지그재그로 아찔하게 피해 다녔다.

   
노인 체험 기구를 착용한 본지 기자가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 인근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김민훈 기자
본지 ‘부산 도로는 왜 그럴까’ 취재팀은 지난 18일 부전시장 일대의 교통사고 위험성을 확인하기 위해 재단법인 부산테크노파크 헬스케어기술단 고령친화산업지원센터 ‘해피시니어’의 도움을 받아 현장에서 노인 체험을 진행했다. 부전시장 주변은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19일 공개한 ‘2017년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다발지역 현황’에서 총 18건의 사고가 집계된 곳이다. 전국에서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가장 많다.

취재팀은 80세 노인의 평균 체력과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고안된 노인 체험 기구를 착용했다. 모래주머니를 차고 팔과 다리에 딱딱한 보호대를 붙이자 몸이 무겁고 둔해졌다. 게다가 허리를 굽게 하는 특수 제작된 조끼를 입고, 백내장 녹내장 등 노인의 안구 상태를 전달하기 위한 특수 안경까지 쓰니 몸과 마음이 따로 움직였다.

   
노인 체험 기구 착용 전후의 보행 비교 모습. 보행 속도에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민훈 기자
기자가 무거워진 몸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순간 눈앞으로 차량 한 대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다가왔다. 평소라면 걸음을 재촉해 건널 수 있겠지만, 장치를 착용한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리고 차량은 기자 앞에서 간신히 급정지했다.

아찔한 순간은 체험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체험에 참가한 김채호 기자는 “운전석에서 노인 보행자를 마주치면 ‘금방 지나가겠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노인 체험을 해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뜻하는 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운전자 인식 개선과 안전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교통 약자의 보행이 잦은 병원·전통시장 인근 횡단보도와 일반 횡단보도의 신호 길이가 같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운용되는 횡단보도 녹색신호 시간은 보행속도를 일반인은 초당 1m, 노인 등 교통 약자는 초당 0.8m를 기준으로 한다.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중구 자갈치시장 앞 왕복 8차선 도로와 금정구 금정구청 앞 왕복 8차선 도로의 신호 시간은 29초로 같았다. 도심 일반도로 차로 폭을 평균 3.25m(3~3.5m)로 가정했을 때 8차선 도로의 총 길이는 26m다. 29초 동안 교통 약자(초당 0.8m)가 건널 수 있는 길이는 23.2m로 기준에 못 미친다.

도로교통공단 최재원 교수는 “노인 인구가 많아질수록 교통 약자를 위한 정책은 당연히 더 강화돼야 한다. 현재 교통 약자를 기준으로 신호 길이를 초당 0.8m로 주고 있는데, 시간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신호 길이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행안부는 합동 조사를 통해 부전시장 일대에 무단횡단사고 발생 위험이 크다는 문제점을 확인하고, 무단횡단 금지 시설 설치와 함께 블록 단위 교통안전 개선사업을 시행하라고 부산시에 요청했다. 김민훈 기자 minhu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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