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이 지역 학교들 단골 소풍지
- 지금도 산행 중 여러 이웃 마주쳐
- 전설 깃든 환학대·국사암·불일암도

집 위의 국사암을 거쳐 불일폭포로 향한다. 폭포 가는 길과 쌍계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에서 본격 산으로 들어가면 국사암에서 입적하신 신라 후기의 승려 진감국사(774~850)의 부도를 만난다.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부도 부근에서 한참 서성거리다 폭포를 향해 간다.

동행한 마을 주민들이 불일폭포를 향해 먼저 올라가고 있다.

폭포를 오가는 동안 필자가 사는 마을주민과 인근 용강마을 주민을 종종 만난다. 40년 가까이 화개골에서 전통찻집을 운영하고 있는 녹향다원의 오신옥 선생을 만나 인사를 나눈다. 동행한 마을주민들은 날다람쥐 같다. 필자의 집과 쌍계사 중간의 숲속에 위치한 쌍계초등을 나온 주민들은 “소풍 장소는 늘 불일폭포였다”고 했다. 윤병태 씨는 “지금도 불일폭포 위쪽에서 초봄에 고로쇠 수액을 채취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폭포는 주민들의 어릴 적 놀이터였으니 잰걸음일 수밖에. 필자는 폭포까지 가는 데만 열댓 번을 쉰다.

도중 고운 최치원이 학을 불러 타고 놀았다는 전설이 깃든 큰 바위 환학대를 만난다. 여기서는 한참동안 쉬었다 간다. 마족대를 거쳐 더 올라가면 불일평전이 나온다. 예전에 이곳을 지키시던 변규화 선생이 계실 때는 반갑게 맞아줬다. 그가 거처하던 오두막인 봉명산방은 지금은 폐가가 돼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하다. 조금 더 가면 불일암이 있다. 고려 시대 보조국사 지눌이 수행했던 곳이라 하여 그의 시호인 불일(不日)을 따 불일폭포라 부른다. 지금은 강원 출신의 40대 후반인 쌍계사 일용 스님이 6년째 홀로 수행하고 있다.

마을에서 복오리민박집을 운영하는 김갑덕(64) 씨는 “불일암을 중건할 때 지게로 건축 자재를 날랐다”고 말했다. 이 암자를 지나 잔도를 따라 내려가면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불일폭포는 예전에 청학동으로 인식됐다. 고려와 조선 시대 선비들은 힘들게 이곳을 찾아 많은 한시를 지었다. 틈틈이 찾아 읽다 보니 “아, 그 문사는 이곳에서 이렇게 읊었지”라며 그 구절을 떠올려 본다. 서산대사도 여름에 불일폭포 앞에서 날리는 폭포수를 보고 ‘뼛속까지 차갑게 한다’고 표현했다.

당시 문사들은 필자의 집 앞을 거쳐 국사암에 잠시 들렀다가 불일폭포로 갔다. 필자의 마을 입구 다리인 목압교 앞에는 남명 조식 선생이 불일폭포를 찾은 후 지은 ‘청학동’이란 시를 기리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주민들은 “고운 최치원 선생이 화개골을 찾은 게 틀림없다면 그도 분명 목압마을에 왔을 것”이라고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