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11일 오전 11시. 11개국 2297명의 한국전쟁 전몰 용사가 잠든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사이렌이 울리면 21개국에서 동시에 추모의 묵념이 시작된다. 2007년 캐나다 참전용사 빈센트 커트니 씨가 제안해 시작한 ‘턴 투워드 부산’은 어느덧 전쟁에 참전한 군인을 기리는 세계적 행사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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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보훈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한국전쟁 유엔군 참전용사와 유가족들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희생자 명패를 보며 예의를 갖추고 있다. 연합뉴스 |
유엔기념공원에 참전용사만 잠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죽어서라도 남편과 형의 옆에 함께 잠들기를 바란 전사자의 가족 11명도 함께 묻혔다. 11개의 합장묘 하나하나에 그들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는 전사자의 아내·형제 등 가족이 “함께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기면 거의 수용한다. 11일 진행될 올해 ‘턴 투워드 부산’ 행사를 앞두고 이들의 애달픈 사연이 주위를 숙연하게 만든다.
11곳 중 가장 최근 만들어진 것은 6·25전쟁 때 부산의 미군 2군수기지사령관을 지냈던 리처드 위트콤 장군과 아내 한묘숙 씨의 합장묘다. 전후 위트콤 장군은 한 씨가 운영하던 보육원을 찾아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등 보육원 운영을 도왔다.
한 씨는 1964년 난생처음 양장을 입고 미국 대사관에서 위트콤 장군과 결혼했다. 재혼이었던 한 씨가 외국인과 결혼하자 집안은 한 씨와 연을 끊었다. 위트콤 장군은 6·25전쟁 때 죽어간 미군 병사 유해를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일에 힘을 쏟다 1982년 숨졌다. 남편을 ‘장군님’이라고 불렀던 아내 한 씨는 위트콤 장군의 뜻을 이어 1985년 ‘위트콤 희망재단’을 설립해 30년 넘게 미군 유해 발굴에 주력하다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났다.
2010년 4월 합장된 낸시 밀리센트 휴머스톤 씨도 숨진 남편을 평생 그리워했다. 휴머스톤 씨는 결혼한 지 겨우 3주 만에 호주군 장교였던 남편을 한국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남편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휴머스톤 씨는 평생 재혼하지 않고 자식도 없이 살았다. 2008년 91세로 생을 마감한 휴머스톤 씨는 남편과 헤어진 지 60년 만에 남편 옆에 누웠다.
2012년 4월 합장된 허시 형제의 이야기는 캐나다판 ‘태극기 휘날리며’다. 1950년 캐나다 온타리오의 작은 마을인 이그니스에 살던 아치볼드 씨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자원입대해 한국으로 왔다. 전장으로 떠난 동생이 걱정된 형 조셉 씨도 동생에게 알리지 않고 1951년 입대했다.
형제는 한 중대에 속해 있었지만 전쟁 중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1951년 10월 13일 북한군과 전투를 벌이고 참호 정비 작업을 하던 아치볼드 씨는 “너와 같은 이름을 가진 허시라는 병사가 쓰러져 있다”는 말을 듣고 전우들이 말한 장소로 달려갔다.
형을 만나러 한국을 방문하고 싶었지만 여건이 안 돼 끝내 그럴 수 없었던 아치볼드 씨는 딸 데비에게 “죽으면 형 곁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아치볼드 씨는 죽어서야 형과 다시 함께하게 됐다.
남구는 11일 ‘턴 투워드 부산’에서 ‘Never Forget You All(당신들 모두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제호의 영어신문을 발행해 행사 당일 참전 용사, 유족 등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류민하 기자 skycolor@kookje.co.kr
유엔기념공원 합장묘 현황 |
국가 |
안장 전몰용사 |
합장자 |
관계 |
호주 |
J T Sheppard |
Mary Doris Sheppard |
부부 |
K J Hummerston |
Nancy M Hummerston |
한국 |
홍옥봉 |
박봉금 |
현희석 |
고옥선 |
영국 |
J T Heron |
Ellen Heron |
W J Ward |
Doreen Ward |
미국 |
Reginald Malcolm Mathena |
Myong Cha Mathena |
Philip Lee Tucker |
Kee Ok Tucker |
Thomas Hall |
Son Ho Hall |
Richard S Whitcomb |
한묘숙 |
캐나다 |
J W Hearsey |
Archibald L Hearsey |
형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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