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동기 전기 유구 발견
- 부산박물관 3개월간 집중 발굴
- 노포동 남서쪽 외곽지역 520㎡
- 전기 주거지 2기·후기 1기 확인
- 작년 발견된 2기보다 상태 양호
# 송국리형 주거지 의미
- 울산·경주 검단리 문화권과 근접
- 문화권 경계·공존지역 가능성 커
- 무덤 발견에 붙인 ‘노포동고분군’
- ‘복합문화권’으로 재정립 지적도
부산 금정구 노포동 고분군에서 청동기 전기의 유적지가 발견되면서 이 일대가 청동기 전기에서부터 가야까지 이어지는 역사적 공간임이 증명됐다. 이에 따라 노포동 고분군 일대에서 청동기~가야 시대 중 ‘공백’으로 남았던 500년(청동기 전기)의 시간도 메워졌다. “노포동 고분군에 새로운 역사적 정체성을 부여해야 한다”거나 “유물이 훼손되는 상황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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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부산 금정구 노포동 고분군에서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들이 청동기 시대 전기 주거지를 살펴보고 있다. 전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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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 문화권 시기 앞당겨져
이번 발굴 조사는 앞서 지난해 6~9월 조사가 시행됐던 노포동 고분군 남서쪽 외곽 3140㎡ 중 520㎡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조사에서도 청동기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주거지 2기가 발견됐지만, 훼손 상태가 심해 정확한 시기를 짚어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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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박물관 안해성 학예연구사가 노포동 고분군에서 발굴한 청동기시대 전기 유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전민철 기자 |
발굴 조사를 맡은 부산박물관은 “이번 조사에서 발견한 주거지는 청동기시대 전기의 것으로 상태가 아주 양호했다. 노포동 고분군에서 분명한 청동기시대 전기 유구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또 “이 일대의 문화권이 시작된 시기가 훨씬 앞당겨진 것이자 지금껏 공백으로 남겨진 청동기 역사의 틈이 메워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박물관 측이 확인한 주거지 3곳은 청동기시대 전기 주거지 2기와 후기 주거지 1기다. 통상 청동기시대 전기는 기원전 10세기 이전, 후기는 기원전 5세기 무렵으로 설정된다. 즉 전기와 후기 사이에는 500년가량의 간격이 있다.
전기 주거지는 가족 분화가 일어나기 이전 시기로 세장방형(가늘고 긴 직사각형)의 대형 건물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후기로 넘어가면 가족 분화가 일어나 소형 주거지들이 생겨났다는 게 학계의 관점이다. 또 이번에 발견된 청동기시대 후기 주거지는 지름 7.5m의 송국리(충남 부여군)형 주거지로 나타났다. 부산박물관 안해성 학예연구사는 “수영강 수계에서 발견되는 송국리형 주거지는 최대급 규모가 보통 지름 5~5.5m 수준이다. 이번에 확인된 주거지는 이보다 매우 크다”고 말했다.
■단순 무덤 터 아닌 복합 문화지역
송국리형 문화는 청동기 후기 한반도 남부 일원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울산과 경북 경주 일대에서는 검단리(울산 울주군)라는 독자적 문화권이 형성돼 왔다. 부산박물관은 검단리 문화권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노포동 고분군에서 송국리형 유구가 발견됐다는 점에서 이곳이 두 개 문화권의 경계 또는 공존지역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부산대 배진성(고고학과) 교수는 “이번 발굴 결과는 노포동 고분군이 지리적 특성상 검단리 문화권에도, 송국리형 문화권에도 종속되지 않는 지역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 같은 성과를 토대로 노포동 고분군의 역사적 정체성을 ‘복합문화권’으로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대 신경철 명예교수는 “애초 노포동 ‘고분군’은 삼한 시대 말, 가야 시대 초의 무덤이 발견된 곳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며 “청동기시대 전기의 주거지가 확인됐으니 이제는 고분군이 아니라 청동기~가야 시대를 아우르는 복합적 문화지역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에서 청동기 유물이 출토된 사례가 매우 드문 만큼 노포동 고분군을 장기적 안목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안 학예연구사는 “고분군 일대는 다량의 나무가 심겼다. 이 나무들의 규모가 커 그 뿌리가 지하에 있는 유적을 파괴하는 등 훼손이 심하다. 시급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명예교수 역시 “현재 문화재 구역으로 지정된 범위를 노포동 일대로 확장해 본격적 조사에 나서야 한다”며 “부산으로서는 굉장히 중요한 유적인 만큼 지금 성급한 관광 자원화 시도 등은 삼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